"무거운 전기차 출입금지" 27년 된 낡은 법 탓 기계식 주차장 이용 막혀

입력 2023-01-19 16:45:55 수정 2023-01-19 22:04:37

1천850kg까지 수용할 수 있는 기계식 주차장
새롭게 출시되는 전기차 대부분 1천850kg 초과
국토부 "법규 개정 검토할 것"

대구 북구 칠성동에 있는 상가의 기계식 주차장. 공차중량 1천850kg까지만 수용할 수 있는 탓에 대부분의 전기차 운전자들은 이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박성현 수습기자
대구 북구 칠성동에 있는 상가의 기계식 주차장. 공차중량 1천850kg까지만 수용할 수 있는 탓에 대부분의 전기차 운전자들은 이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박성현 수습기자

생애 첫 차로 전기차를 구매한 주영수(26) 씨는 얼마 전 주차할 곳이 없어 대구 북구 침산네거리 일대를 한참 맴돌았다. 병원 진료를 위해 이곳을 찾았지만 상가 건물에는 기계식 주차장밖에 없어 주차가 제한됐다.

주 씨는 "당연히 기계식 주차장을 사용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전기차는 무게가 많이 나가 기계식 주차장 사용이 어렵다는 것을 그날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전기차 운전자들이 27년 전에 개정된 낡은 법 탓에 만성적인 주차난에 시달리고 있다.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해 30만대를 돌파하며 증가하고 있지만 10대 중 9대는 무게 탓에 기계식 주차장을 이용할 수 없었다.

주차장법 시행규칙 제16조에 따르면 기계식 주차장은 공차 기준으로 중형은 1천850㎏, 대형은 2천200㎏까지 수용할 수 있다. 2천200kg를 초과하는 차량은 뒷받침할 관련 법규가 없어 현재까지 설치와 운영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 법은 지난 1996년 개정된 후 별도의 수정없이 유지되고 있다. 점점 무거워지는 전기차를 고려하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기차는 내연차량과 비슷한 크기라도 배터리 무게 탓에 조금 더 무겁다. 내연차량의 파생형 모델인 현대자동차의 G80 전기차의 공차중량은 2천265kg로 가솔린 모델(1천960kg)과 305kg 차이난다.

'대형' 기계식 주차장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는 점도 문제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대구의 기계식 주차장 2천413곳 가운데 99%에 해당하는 2천398곳이 1천850kg까지 수용할 수 있는 '중형' 기계식 주차장이었다. 최근 출시되는 전기차는 기본 무게가 1천850kg을 초과하는 모델이 대부분이라 사실상 기계식 주차장은 이용이 불가능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32만8천267대로 이중 90%를 차지하는 29만4천872대가 1천850kg를 초과한다. 중형 기계식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는 차량은 3만3천395대로 10%에 불과하다.

늘어나는 전기차 운전자들은 "법규 개정이 시급하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개정 후 새로운 기계식 주차장이 대중화되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정감사에서 지적받고 내부적으로 개정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추후 규정이 바뀌게 되면 신규로 설치되는 기계식 주차장부터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욱 한국자동차연구원 대경본부장은 "이번 기회에 공차중량뿐 아니라 기계식주차장 내 전기 충전 시설을 설치하고 화재 방지 대책을 세우는 등 달라지는 환경에 맞춰 현실적인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