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차례상 '차(茶)' 중심, 상다리 휘는 제사상과 달라"

입력 2023-01-20 16:03:57 수정 2023-01-20 20:19:40

한국국학진흥원, 올바른 계승 강조
조상에 명절 왔음을 알리는 의식…축문도 읽지 않는 게 전통예법
안동 퇴계종가, '술·떡국·포·전 한 접시·과일 한 쟁반'

한국국학진흥원은 설 명절을 앞두고 차례상과 제사상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통해 올바른 제사문화 계승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은 퇴계종가의 처차례상 차림. 매일신문 D/B
한국국학진흥원은 설 명절을 앞두고 차례상과 제사상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통해 올바른 제사문화 계승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은 퇴계종가의 처차례상 차림. 매일신문 D/B

설 명절을 앞두고 한국국학진흥원이 '차례상'과 '제사상'에 대한 이해를 통해 전통 제례문화의 올바른 계승을 강조하고 나섰다.

'차례'(茶禮)는 설과 추석 등 명절이 돌아왔음을 조상에게 알리는 의식으로, 이때 '차'(茶)를 올렸던 전통에서 유래된 용어다.

제사는 고인의 기일에 조상의 영혼을 모셔와 음식을 대접하는 의례로, 명절 차례상에는 차가 중심이 되고 기일 제사상에는 다양한 음식들이 상에 놀려진다.

한국국학진흥원 김미영 수석연구위원은 "차례는 조상에게 예를 올리는 간단한 의식이고, 제사는 기일을 맞은 조상의 영혼을 기리고 달래는 추모의례"라며 "예법 지침서인 주자가례에도 차례상에는 술 한잔, 차 한잔, 과일 한 쟁반을 차리고 술도 한 번만 올리고 축문도 읽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래 간결했던 차례음식이 경제적 여유가 생겨나고 유통구조가 발달하면서 점차 늘어났다. 그러다 보니 우리사회에서 차례상은 사라지고 제사상만 남게됐다"고 덧 붙였다.

실제로 안동 퇴계 종가에서는 설 차례상에 술·떡국·포·전 한 접시·과일 한 쟁반 등 5가지로 상차림을 끝낸다. 과일 쟁반에는 대추 3개, 밤 5개, 배 1개, 감 1개, 사과 1개, 귤 1개를 담는다. '주자가례'에 비해 차가 생략됐고, 떡국과 전, 북어포를 추가했다.

한편, 한국국학진흥원은 2017년부터 제례문화의 현대화사업을 추진하면서 '예서'(禮書)와 종가, 일반 가정의 설차례상에 진설하는 제수를 조사한 바 있다.

그 결과 전통 예서와 종가의 5가지 제수에 비해 일반 가정의 차례 음식이 평균 5~6배(25~30가지) 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전통 격식을 지키는 종가에서는 술·떡국·전 한 접시·과일 한 쟁반 등 주자가례의 원칙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차례상을 마련한다.

이에 비해 세세한 예법이나 격식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일반 가정에서는 차례라는 형식만 따를 뿐, 조상을 잘 대접하고 모신다는 생각에서 여러 가지 음식을 마련한다는 설명이다.

김미영 연구위원은 "많고 크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전통예법에서는 모자라는 것보다 넘쳐나는 것을 경계했다"며 "차례상에 술과 과일 등 간단한 음식을 차리지 않고 제사음식을 잔뜩 올려놓으면 '참람'(僭濫·지나치거나 넘침)이라고 해서 '비례'(非禮·예가 아님)로 간주했다"고 말했다.

'주자가례'나 종가처럼 술과 떡국, 과일 한 쟁반을 기본으로 차리면서 나머지는 형편에 따라 약간씩 추가해도 예법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처럼 차례상의 본래 모습을 되살린다면 예법도 지키고 차례음식 장만을 둘러싼 가족 갈등도 해결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올해부터라도 차례상에서 제사음식을 과감히 걷어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