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 일본식 아닌 올바른 우리 지명 되찾는다

입력 2023-01-22 13:00:00 수정 2023-01-23 00:22:20

최근 지명업무 역량 강화 회의 개최…업무 담당 공무원 역량 강화 목적
지난 2021년부터 3천100여 개 지명 정비…일제식 지명 8건 중 2건 정비 중
상주 갑장산(甲帳山→甲長山), 영천 관산(冠山)→고관산(高冠山) 표기 변경

경북도청사
경북도청사

경상북도는 현재 부르는 이름이 있어도 행정기관에 등록되지 않았거나, 일제강점기 의도적 혹은 실수로 고쳐 쓴 지명을 정비한다.

경북도는 최근 도청 동락관 세미나실에서 도와 시군의 지명업무 담당공무원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023년 지명업무 담당자 역량 강화 회의'를 열었다.

이번 회의는 올해 지명정비사업 추진방향을 설명하고 최신정보를 공유해 담당자의 업무 역량을 키우고자 마련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올바른 우리 지명 사용을 위한 지명표준화 방안 설명 ▷신규 담당자의 지명업무 이해를 위한 지명업무 설명 ▷법령개정에 따른 업무방향의 선제적 대응 논의 ▷현재 추진 중인 지명정비사업의 성과 점검 및 건의사항 수렴 등 시군 담당공무원의 업무역량 강화와 업무 소통에 중점을 뒀다.

경북도는 지난 2021년부터 지명정비 사업을 통해 일본식 지명 정비, 도시화로 사라진 지명 폐지, 미등록 지명 고시 등 3천100여건의 지명을 정비했다. 지명 변경 절차는 기초단체 지명위원회, 광역단체 지명위원회를 거쳐 국가지명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해 변경고시하는 식이다.

현재는 일제 식민정부가 행정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바꾸거나, 잘못 썼다고 추정되는 정비대상 지명 8건 중 2건에 대해 정비 절차를 밟고 있다.

경북도는 지난 17일 도와 시군 지명정비사업 업무 담당자가 모인 가운데
경북도는 지난 17일 도와 시군 지명정비사업 업무 담당자가 모인 가운데 '지명업무 역량 강화 회의'를 열었다. 경북도 제공

경북 상주시 갑장산은 16세기 편찬된 '신증동국여지승람'에 '甲長山'(갑장산·제일 으뜸인 산이라는 뜻)이라는 표기로 처음 등장해 이후 '해동여지도'나 '「대동여지도' 등 각종 지리지에 같은 한자로 표기됐다.

그러다 일제강점기 자료인 '조선지지자료' '조선지형도'에는 '甲帳山'(갑장산)으로 표기됐으며 1961년 4월 22일 해당 지명으로 국무원 고시가 됐다.

이에 상주시와 경북도 지명위원회는 원래 표기인 '甲長山'(갑장산)으로 지명을 변경하기로 의결하고 지난해 2월 해당 안건을 국가지명위원회에 상정했다.

영천시 관산 역시 비슷한 사례다. '조선지도' '청구도' '대동여지도' 등에는 해당 지명을 '高冠山'(고관산·관리가 쓰는 관(冠) 모양의 높은 산이라는 뜻)으로 표기했다.

'대동지지'를 보면 "고관산이 경주 중심지의 서북쪽 40리에 있다"는 기록이 있다.

이를 일제강점기 이후 문헌에는 '冠山'(관산)으로 바꿔 표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천시 지명위원회는 한자를 왜곡한 일본식 표기라고 보고 옛 지명으로 변경하기로 의결, 올 상반기 중 경북도 지명위원회에 상정하기로 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지명 업무는 산, 고개, 골짜기 등 자연 지명·지물에 올바른 이름을 붙이고 일본식 지명을 정비하거나, 부르는 이름은 있어도 행정기관에 등록되지 않은 지명을 고시하는 중요한 절차다. 이번 회의를 통해 도민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관련 있는 명칭 제정 담당자의 역량을 키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