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전시 마치고 귀국 이틀 만에…그렇게 갑자기 떠나가실 줄 몰랐습니다"
손성완 화백님은 지난 2006년 5월 ,부처님오신날에 젊은 나이 39세로 천상에 가셨다. 그래서 5월이면 안타까운 마음에 더욱 그리운 듯하다.
지금은 환갑이 지난 내가 40대였던 어느 날, 우연히 친구가 소장하고 있는 손 작가님의 작품을 보게 됐다. 동양화를 전공하셨다는데, 내가 생각하고 있는 그런 동양화 작품들이 아니었다. 그의 작품은 한지 위에 혼합 재료로 다양한 기법들을 사용하는 남다른 특징들이 있었다. 한지를 찢어서 붙이고 꽂고 그 위에 먹을 입히고 색을 입히고….
참으로 의아했다. 당시만 해도 그림에는 문외한이었던 나는 '동양화 작품이 이런 방식으로도 만들어지는구나'라는 생각에 신기하게 손 작가님의 작품을 보았다. 손 작가님의 다른 작품에는 새와 구름, 물고기, 꽃 등 다양한 소재로 그의 자유로움과 천진난만함을 느끼게한 작품들도 많았다.
손 작가님의 색다른 시도로 만들어진 작품들에 반해 나는 그의 제자가 되었고 팬이 되었다. 또 몇몇 지인들과 후원자를 모아 팬클럽도 만들어 작게나마 힘이 되어 주기로 마음먹었다. 선생님의 작품을 접하면서 나는 미술 작품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
선생님의 작품은 너무 화려하지도 않고 소박함이 묻어난 진솔한 작품들이었다. 손 작가님의 작품 중에 특히 내가 좋아하는 작품은 한지를 찢어 붙인 작품들이 무척 새롭고 감동적이었다. 한지를 하나하나 찢어 붙이고 꽂을 때 어떤 생각을 하시면서 작품을 만들었을까 생각했다. 작가로서 수많은 삶의 고통과 고난, 번뇌 그리고 사랑과 희망이 함께 하질 않았을까 감히 짐작해본다.
손 작가님은 비 오는 날을 무척 좋아하셨다. 비가 오면 그 큰 눈에 작가의 감성이 가득해보였다. 어느 비 오는 날, 선생님과 지인 몇 사람이 아는 선배의 시골집을 방문하게 됐다. 비오는 시골풍경이 너무 좋아 선생님께서는 "내 생애 이런 날이 또 올까?" 하셨다.
어찌보면 손 작가님은 외로움을 많이 타시는 분이기도 하셨다. 밤을 새워 작품에 몰두하는 모습들이 애처럽고 안스러웠다. 작가 생활의 고달픔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그 때부터 모든 작가들의 작품들이 예사롭게 보이질 않았다.
돌아가시기 얼마 전부터 서울의 모 화랑에서 전속 작가로 활동하시게 됐고, 그토록 원하던 스위스 바젤 아트페어에도 나가시게 되면서 손 작가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다들 내 일같이 기뻐했었다. 그런데 스위스 전시를 마치고 귀국하신 지 이틀 만에 선생님이 돌아가셨다는 안타깝고 황망한 비보가 전해졌다. 평소에 혈압이 약간 높다고는 했지만 이렇게 갑자기 우리들 곁을 떠나가실 줄은 몰랐다. '이럴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상을 치르는 이틀 동안 생전에 좋아하시는 비가 그렇게 많이 내렸다. 하늘도 애석함을 함께 하는 듯했다. 뜻하지 않는 비보에 문상객들도 줄지어 오셔서 그를 애도했다.
장례를 치른후 그의 지인이 문경에 있는 '양진암'이란 암자에 선생님을 모셔 다 함께 49제를 지냈다. 그곳은 손 작가님이 생전에 좋아하시던 휴식처였다. 경내에는 목단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마치 선생님의 작품을 연상케했다.
우린 정성을 다해 제를 마쳤다. 제를 마치는 회향날, 꿈에 선생님이 보였다. 큰 대가댁 안방에서 수북한 밥 한그릇을 마주하고 계셨다. 신기한 일이었다. 제를 지낸 스님께 꿈을 말씀드리니 "아마도 영가는 좋은곳으로 가신것 같다"고 하셨다. 우린 그렇게 선생님을 떠나보냈다.
손 작가님 작품중에 '천상'이란 제목의 작품들이 많다. 아마도 이렇게 일찍 가시려고 그런작품을 하셨나 싶기도 하다. 지금도 백중기도 일이면 선생님의 영가 축원을 올린다. 5월이면 더욱 그립다. 시간이 지나가도 잊혀지질않는 그리움이다.
"선생님, 이 생에서 못다한 작가의 삶도 저 생에서 편히 다 누리시고 계시겠지요. 곧 5월이 오겠지만 지금도 선생님이 너무 그립습니다."
----------------------------------------------------------------------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매일신문이 함께 나눕니다. '그립습니다'에 유명을 달리하신 가족, 친구, 직장 동료, 그 밖의 친한 사람들과 있었던 추억들과 그리움, 슬픔을 함께 나누실 분들은 아래를 참고해 전하시면 됩니다.
▷분량 : 200자 원고지 8매, 고인과의 추억이 담긴 사진 1~2장
▷문의 전화: 053-251-1580
▷사연 신청 방법
1. http://a.imaeil.com/ev3/Thememory/longletter.html 혹은 매일신문 홈페이지 '매일신문 추모관' 배너 클릭 후 '추모관 신청서' 링크 클릭
2. 이메일 missyou@imaeil.com
3. 카카오톡 플러스채널 '매일신문 그립습니다' 검색 후 사연 올림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