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안내데스크 근무시절, 동아리 운영보조를 겸직하며 만나게 된 어르신 한 분이 계셨다.
시를 무척 좋아해 시 관련 활동을 많이 참여하시는 그분은 내가 근무 중이던 당시 자신이 만든 시집을 기증하셨고, 그걸 보고 나서 나는 "어떻게 이런 시를 쓰셨는지 참 대단하시다"고 말씀드렸다.
그 말을 듣고 어르신은 잠깐 생각하시더니 가방에서 시가 적힌 종이 몇 장을 꺼내 읽어보라는 듯 건네주시고는 "얼라가 쓴 거 같지?" 하시곤 웃었다. 그러다 이어진 말은 "탈무드라는 걸 본 적 있느냐? 탈무드의 몇몇 글은 단순하고 또 일기 같은 이야기라 그냥 지나치는 이도 있지만 누군가에겐 자신의 삶을 보듬어주는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고, 시도 이와 비슷한 면이 많다"였다. 어르신은 내게 일기를 쓰듯이 오늘 나의 마음에 담긴 글 한줄기를 손끝으로 한번 흘려 내보라고 하셨다.
시는 글재주가 있고 철학적인 내용을 담을 줄 아는 사람이 쓰는 것이라 여기기 쉽다. 하지만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면 바람소리, 내 기분을 쓴 일기,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 등 누구나 시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시엔 정답이 없다.
'시 굽는 도서관'은 시 쓰기의 자유로움과 즐거움을 전하고 있다. 책 속 동물 친구들이 도서관에 모여 있다. 동물 친구들은 빵도 아닌 '시'를 굽는데, 시를 굽는 과정은 어렵지 않다. 먼저 눈을 감고 어떤 시를 쓸지 좋아하는 것을 떠올리며 가만히 생각한다. 서로 잘 섞일 수 있게 뭉치고 주무르고 늘였다 줄였다 떼었다 붙였다 마음껏 상상한다.
고양이는 여름 바닷가에서 만난 따끈따끈한 햇빛을, 곰돌이는 학교 안 가는 일요일 아침의 달콤한 꿀 목욕탕을 떠올린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떠올리며 일기를 쓰는 듯 한 줄 적고, 빵을 만들 듯 한 줄 한 줄 빚는다. 서로 잘 섞일 수 있게 뭉치고 주무르고 늘였다 줄였다 떼었다 붙였다… 어느새 나와 너를 보듬어주는 한 그릇의 따끈따끈한 문집이 만들어져 있다.
오늘 당신의 말 못하고 담아두었던 이야기, 기쁘거나 슬펐던 순간이 있다면 한줄기 글에 담아 흘려보내면 어떨까. 우리 모두의 마음을 흘려보낸 이 글들이 큰 호수가 되어 서로의 안식처가 될 수 있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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