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습니다] 이충화 씨의 맹호부대 26연대 수색중대 1소대 1분대 전우들

입력 2023-01-15 13:57:33 수정 2023-01-15 17:41:55

"마을 수색 중 출산 임박한 산모 만났던 일, 퀴논 다리…베트남 그 시절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이충화 씨와 함께 했던 맹호부대 26연대 수색중대 1소대 1분대원들과 함께 촬영한 사진. 뒷줄 오른쪽 첫 번째가 이 씨. 이충화 씨 제공.
이충화 씨와 함께 했던 맹호부대 26연대 수색중대 1소대 1분대원들과 함께 촬영한 사진. 뒷줄 오른쪽 첫 번째가 이 씨. 이충화 씨 제공.

안녕하십니까. 저는 1966년 3월 쯤에 베트남전쟁에 차출돼 맹호부대 26연대 수색중대 1소대 1분대장으로 참전했던 하사 이충화라고 합니다.

제 죽기 전 소원은 베트남전쟁 당시 생사고락을 함께 했던 전우들을 단 한 번이라도 만나보는 것입니다. 전우들과 헤어진 지 벌서 59년이 흘렀습니다. 이제는 다들 '노병'이 돼 있겠지요. 너무 오랜 세월 동안 헤어져 있다 보니 이제는 전우의 이름도 얼굴도 점점 생각이 안 납니다. 분대원들의 이름을 다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베트남전쟁에서 했었던 우리 분대원들의 활약과 생활은 아직도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제가 속한 부대는 1967년 8월 15일부터 12일간 베트남 퀴논 인근의 쑹카워 섬 전체에 대한 베트콩 섬멸 작전에 나섰습니다. 우리 분대는 헬리콥터에서 투하, 적진 지역의 산악, 정글, 천연동굴, 외딴 집 수색 등을 맡았습니다.

그 당시 나와 함께 작전을 수행했던 분대원들이라면 기억할 겁니다. 어떤 마을을 수색하는 중이었는데 마을 안에 출산에 임박한 산모를 발견했던 일 말입니다. 그 때 저희들은 어찌할까 고민하다가 먹을 것을 좀 남겨주고 마을을 빠져나왔었지요.

이것도 기억하시려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부대가 주둔하고 있었던 퀴논에 큰 다리가 하나 있었지요. 거기에서 혹시 모를 적의 기습을 막으려고 그 다리를 지키는 임무를 맡았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잠도 그 다리 밑에서 잤었지요.

또 사망한 적의 몸을 수색하다가 손에 피가 묻어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씨레이션'이라 불리는 비상식량을 먹으면서 작전을 수행했던 기억도 아직 사라지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어떤 분대원은 크레모아의 컴포지션을 식량으로 착각해 조금 떼어먹었다가 큰일날 뻔한 적도 있었지요. 어떤 분대원은 말라리아에 걸렸다가 이를 이겨내고 다시 부대로 복귀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전장에서 숱한 일들을 함께 겪었지만 분대원들의 이름을 다 기억하지 못해 분대장을 했던 사람으로써 송구스러울 따름입니다. 그나마 기억나는 사람이 당시 소대장이었던 윤재만 중위와 기관총 사수였던 이세호 씨입니다.

윤 중위님은 육사 출신 소대장이었다는 사실만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세호 씨는 김천이 고향이고 저보다 나이도 많았던 고참이었는데, 파병 전 훈련할 때 서로 마음이 안 맞아 부딪혔던 적도 없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기관총을 들고 다녀야 했기 때문에 전장에서 누구보다 더 많이 고생했다는 사실은 제가 잘 압니다.

생각해보면 제가 당시 분대장으로써 분대원들을 잘 대해주지 못해 또 송구스러운 마음이 듭니다. 어떻게든 사기를 키워서 전장에서 열심히 싸워 무사히 살아돌아오는 것만 생각했기 때문에 분대원들을 자잘하게 챙기는 건 못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파병 결정되고 부산을 떠날 때 "살아돌아오지 못하면 돈도 필요없다"며 가지고 있던 돈을 바다에 뿌린 사람도 있다는데 그래도 우리 분대원들은 다 살아돌아왔으니 다행입니다.

맹호부대 26연대 수색중대 1소대 1분대 여러분, 살아있다면 아마 여든이 다 돼 가는 늙은이가 돼 있겠지요. 제가 군 생활을 그만둔 뒤 여러분들을 찾아보려고 여러 방면으로 알아봤지만 연락오는 사람이 없어 답답했던 적이 많았습니다. 지금도 잠자리에 누워 잠이 안 올 때면 베트남에서의 그 시절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어디 있는지,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 편지가 지면과 인터넷으로도 나간다 하니 만약 이 편지를 보는 당시 전우들이 있다면 신문사를 통해서라도 연락주세요. 정말 그리워서 꼭 만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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