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매일 아침, 내가 있어야 할 장소

입력 2023-01-10 10:23:29 수정 2023-01-10 11:25:12

능인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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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인스님

우리는 매일 변화 속에서 산다. 지금 이 순간, 미세하게 일어나는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면 죽어 있는 것과 같다.

2023년이 벌써 열흘이 지났다. 괜스레 하는 것 없이 조급해진다. 주변을 둘러보니 사람들은 저마다 신년 계획을 세우며 속이 꽉 찬 하루를 보내려고 노력한다. 더불어 마음이 바빠지는 나는, 순간 무엇부터 해야 할지 머리가 텅 빈 상태다. 큰스님들이 남겨 놓은 칼날 같은 소중한 글귀를 읽으며 마음을 찬찬히 다져 보지만 행이 따르지 않으니 답답하다. 글 모퉁이를 살짝 들어 올렸을 때 실마리가 잡히지 않으면 좀체 글 속도가 더뎌 길을 잃어버리기 일쑤다.

마음도 그렇다. 정확하게 마음이 방향을 알지 못하면 정신이 없어진다. 계묘년에는 토끼처럼 약간의 긴장과 민첩함, 그리고 동심을 유지하면서 살고자 하는 마음이 들었다. 긴장과 이완을 적절히 잘 유용하게 쓴다면 삶이 고단하지 않을 것 같다. 불교에서는 몸과 입과 뜻으로 짓는 업을 신구의 삼업(身口意 三業)이라고 한다. 바른 말, 바른 행위, 바른 생각 등등 매일 자신을 관찰하고 주의하며 다지는 일을 점검해야 한다. 한순간 비켜 생각이 새어나가다 보면 어느새 남에게 상처 되는 말, 바르지 않은 행동이 나오기 때문이다.

신년에 많은 변화가 있으리라는 것을 각인시키기 위해 많은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경제, 사회, 정치, 문화 모든 분야에 제각각 목소리를 내고 있다. 어떤 분야에 비중을 두면서 관심을 두느냐에 따라 그날 하루는 온통 그것과 연결된 생각으로 가득할 것이다. 저마다 우리가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않으려면 '사람답게'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층층이 미세하게 퍼져 있는 것을 다 헤아리지 못하는 정신체계는 조금만 물들여도 단색으로 변해버린다. 바로 그러한 것들이 삶의 고통을 주고 의욕을 떨어뜨려 옴짝달싹 못하게 한다.

지난 여러 해 동안 우리는 많은 것을 견디고 버텨왔다. 질병과 국난 속에서 실낱같은 희망의 빛을 잡으며 근근이 버텨왔다.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올라치면 반듯하게 접어 보이지 않는 곳으로 구겨서 접어놓는 일들이 많았다.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생각과 이야기를 들어줄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 보니 말과 생각이 조심스러워진다.

2022년 1월 21일 틱낫한 스님이 입적하셨다. 벌써 1주기가 다돼간다. 그의 저서인 '틱낫한 마음'에서는 '마음 밭'에 대해 상세하게 남겨 놓았다. "마음은 밭이니, 그 속에 온갖 씨앗이 뿌려진다"라는 말씀과 같이 여러 씨앗 종자들을 심기 시작했다. 그는 또 다음과 같이 당부했다. "날마다 우리가 하는 말과 생각과 행동이 우리의 마음 밭에 온갖 새로운 씨앗을 심는다. 그리고 이 씨앗에서 생겨나는 것들이 우리 삶의 재료가 된다."

마음에 각인해 어떤 씨앗이 심어질 것인지는 우리 스스로가 선택해야 할 일이다. 매일 아침, 내가 있어야 할 장소는 몸과 입과 뜻이 모두 한곳에 모여 있을 때 단속이 될 수 있을 법하다. 그 장소는 매우 청정하고 잘 가꿔야 하며 매일매일 돌아봐야 할 곳이다. 수많은 집 가운데 정작 내가 있어야 할 집, 무엇부터 정비해야 하는지 다잡아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