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학교] 소수서원 맥 이어 민족 정신의 산실 '영주 순흥초교'

입력 2023-01-15 18:30:00

영남 지역 첫 초등교육기관…일제 폭력에 맞서 동맹 휴학

1942년 순흥초등학교 1학년 입학생(35회 졸업생)들 기념사진. 순흥초 제공
1942년 순흥초등학교 1학년 입학생(35회 졸업생)들 기념사진. 순흥초 제공

한국 서원의 효시 소수서원의 맥을 이어받은 영남지역 최초로 설립된 초등교육기관이 바로 경북 영주 순흥초등학교이다.

이 학교는 1906년 사립흥주소학교로 설립된 후 수많은 인재를 배출한 신교육의 요람이자 민족정신의 산실이다.

순흥 군수였던 정재학 씨가 '흥주소학교'를 설립했고 후임 군수인 김창수 씨가 '사립소흥학교'로 교명을 개칭했다. 개교 당시에는 순흥면 지동리에 있던 봉서루 2층 건물을 교실로 사용했고 1929년 증축 공사 중 실화로 전 교사가 소실되자 1930년 현재의 순흥면 읍내리로 신축, 이전했다.

순흥(順興)학교는 순하고 흥하다는 뜻이다. 1911년 사립소흥학교 폐교와 함께 순흥 보통학교가 설립돼 같은 해 9월 개교했다. 1938년 순흥 공립 심상소학교로 교명을 변경 한 후 1941년 순흥 공립 국민학교로 개명돼 지금껏 이어져 오고 있다.

순흥지역은 단종복위 운동이 일어난 곳이다. 신념을 위해 목숨을 버릴 수 있는 진정한 선비의 정신이 이어져 온 지역이며 순흥도호부가 있던 곳이다. 이러한 선비정신은 일제 강점기 순흥초등학교 학생들에게까지 이어져 왔다.

순흥초등학교 27회 졸업생들이 소수서원으로 소풍을 갔다가 촬영한 사진. 순흥초 제공
순흥초등학교 27회 졸업생들이 소수서원으로 소풍을 갔다가 촬영한 사진. 순흥초 제공

일제 식민지시대 일본인 교장이 학생들을 전쟁 물자 모으는데 동원하고 폭력으로 유린하자 이에 분개한 이 학교 6학년 학생들이 '일본인 교장과 교사는 일본으로 돌아가라'고 외치며 동맹 휴학으로 맞선 항일운동사를 간직하고 있다.

선비정신을 이어 받은 이 학교는 학생 자치회를 통해 책임과 민주·주체적인 어린이로 성장시켜 나가고 있다. 하지만 116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순흥초등학교는 저출산과 농촌인구감소로 전교생이 20여명에 달하는 작은 학교로 변신해 소멸 위기를 맞고 있다.

학교운영에 어려움이 닥치자 지역 발전협의회, 총동창회 등이 나서 학교살리기에 매진하고 있다. 이들의 노력으로 학교 체육관 건립, 학교 도서관 개선, 외부 문화예술인 초청공연, 자랑스러운 졸업생 방문 등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어 순흥학교의 옛 명성을 되살리는 노력은 반복되고 있다.

박재석 순흥초등학교 교장은 "열악한 교육 환경 속에서도 학교를 빛내기 위해 애쓰신 교장, 교감, 그리고 교직원들의 열정과 투철한 교육애가 오늘날 순흥초등학교를 있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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