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창 안동시장
공자는 60세를 '이순'(耳順)이라 했다. '세상 이야기를 들으면 그 뜻을 알게 된다'는 뜻이다. 세상이 지니는 가치의 존귀함을 알고, 지향할 바를 바르게 판단하고, 행할 나이에 이르렀다는 것과 같다.
안동시는 1963년 1월 1일 안동읍에서 안동시로 승격해 올해 60주년을 맞았다.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지난 시간에 대한 반성과 현재에 대한 냉철한 판단과 결단이 필요하다.
안동시는 60년간 많은 변화가 있었다. 1962년 4천672만 원이던 예산은 2023년 1조 8천900억 원으로 늘었다. 500~600배로 껑충 뛴 셈이다.
그러나 25만 명에 육박하던 인구는 고령화와 청년 인구 유출 등으로 지금은 15만 명 선마저 무너질 위기에 처해 지역 소멸이 걱정되는 실정이다. 이러한 급격한 인구 감소의 원초적 이유는 안동댐과 임하댐 건설과 무관치 않다.
1960년대 박정희 대통령은 공업 입국을 국가 경제의 근간으로 삼았다. 제조업이 성장하고 공업도시가 생겨나면서 공업용수의 수요량이 급격히 증가했다. 이에 5년 6개월의 건설 기간을 거쳐 1976년 안동댐을, 1993년 임하댐을 잇따라 준공했다.
안동은 하류 지역민에게 깨끗한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미명 아래 국가산업단지 하나 없고, 관광시설 또한 제한적이어서 점점 도시 경쟁력을 잃게 되었다. 두 개의 댐은 애물단지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위기 속에서도 기회 요소는 있다. 애물단지로 인식되던 안동댐·임하댐을 우리 지역 고유의 자산으로 인식하고 보물단지로 바꾸어 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할 때가 다가왔다.
낙동강 상류에 사는 우리는 물을 공공재로 인식해야 한다. 낙동강 광역상수원 공급망을 구축해 하류 지역민에게 깨끗하고 안정적인 물을 공급할 수 있도록 도덕적 의무를 다할 생각이다.
하류 지역민은 그에 상응하는 대가 지불로 진정한 낙동강 상하류의 상생협력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광역상수도사업이 국책사업으로 단계별로 추진되도록 정부·경상북도·낙동강 하류 지역의 공감에 기반을 둔 긴밀한 공조가 절실하다.
2016년 경북도청 이전으로 안동은 경북의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중심지로 거듭날 토대를 마련했다. 안동을 비롯한 경북 북부지역 발전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도청신도시의 정착은 더디기만 하다. 도청신도시는 행정권과 생활권의 이원화로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어 별도의 행정구역으로 분리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일고 있다.
이 때문에 도청 이전 때부터 논의됐던 안동·예천 행정구역 통합이 새로운 화두가 되고 있다. 안동~신도시~예천은 연담도시로 상생발전을 추구해야 할 공동운명체다.
지역 소멸 위기가 높아지는 지금, 신도시가 별도의 행정구역으로 분리된다면 안동·예천이 명맥을 잃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경북도청을 유치한 안동과 예천 주민들의 단결력이 빛을 발할 때이다.
지속 가능한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혼자보다 함께라는 힘이 필요하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새로운 안동을 위해 '이순'(耳順)의 의미를 가슴에 품고 도전과 변화로 미래를 그린다. 세상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역사 앞에 부끄러움 없도록 세상의 뜻을 바로 세우는 2023년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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