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신년사에 녹아든 '위기'…"경제 혹한기, 내실 다지면 더 큰 기회 온다"

입력 2023-01-02 16:36:42 수정 2023-01-02 19:59:01

빙하기·어려움·혼란 등 언급…한 목소리로 '올해 한파' 예상
확장 보다는 기본·원칙 강조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은 2일 전 임직원과 함께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은 2일 전 임직원과 함께 'Nontact 시무식'을 개최하고 "혼란스러운 한 해가 될 수 있겠으나 임직원이 힘을 모아 빠른 의사결정과 강한 실행력으로 도약한다면 위기의 시대에 더 큰 기회의 장이 열릴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DGB금융그룹 제공

고금리 반사 이익이 예상되는 금융권도 신년 경제 한파 직격탄을 예상하며 단단히 긴장하는 분위기다. 국내 금융업계 수장들이 2023년 계묘년 신년사에서 한목소리로 올해 경제 위기 가능성을 경고한 것이다. 이와 함께 위기를 견딜 체력을 다지고, 외형 확장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경영에 집중할 것을 강조했다.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은 2일 신년사에서 "긴축의 시대, 상실의 시대, 갈등의 시대라는 복합 위기 속에 생존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새 출발점에 서서 희망을 바라면서도 마음이 무겁다"며 "혼란스러운 한 해가 될 수 있겠으나 임직원이 힘을 모아 빠른 의사결정과 강한 실행력으로 도약한다면 위기의 시대에 더 큰 기회의 장이 열릴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회장은 "비록 난관이 있더라도 올바름을 바탕으로 기본과 원칙에 충실하면 DGB에 대한 고객 신뢰와 사랑은 오랫동안 유지될 것"이라면서 "최근 시장에선 다른 제품, 브랜드 간 이색 협업이 활발히 일어나면서 큰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말로 계열사뿐 아니라 산업간 경계를 허무는 협업 확대를 주문했다.

주요 금융그룹 회장들도 빙하기를 언급하는 등 위기의식을 강하게 드러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작금의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덩치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혹한기 또는 빙하기가 왔을 때 견딜 수 있는 체력을 기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우리가 당면한 위기는 갈수록 복잡하고 다양해지는데 우리는 별로 체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비은행·비금융 부문 등 새로운 영역으로 업의 범위를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독려했다.

국내 주요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역시 투자심리 위축을 예상하며 바짝 긴장했는데,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위축된 실물경기와 함께 자본시장 내 투자 심리가 악화했고 시장 유동성은 사라졌다"며 "선제 위기관리를 위한 리스크 관리 문화가 반드시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험사 CEO들도 고금리와 금융시장 불안으로 험난한 한 해를 예상하며 변화와 생존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현대해상의 각자 대표인 조용일 부회장과 이성재 사장은 공동 신년사에서 올해도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임직원들의 집단지성을 요구했다. 이들은 "2023년도 전망을 보면 금리 상승과 금융시장의 불안, 저성장 기조 등으로 여전히 쉽지 않은 환경이 예상된다"면서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도약과 성장을 하려면 소통과 공감의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밝혔다.

위기감은 카드사에서도 그대로 감지됐다. 이들 역시 내실 있는 경영으로 위기를 기회로 삼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창권 KB국민카드 대표이사는 "올 한해 경영환경은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제 몸집 경쟁이 아닌 수익성과 건전성 관점의 성장전략을 견지하면서 비즈니스 원천인 고객기반을 강화하고 영업과 마케팅을 더욱 정교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대환 삼성카드 사장도 "2023년은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속에 고물가, 고금리 기조가 지속하는 등 몇 년간 경험하지 못한 어려운 환경이 지속할 것"이라며 "내실 기반의 효율경영 강화를 통해 악화하는 환경에 대응력을 높이고 플랫폼과 데이터가 강한 회사를 만들어 나가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