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이방인 고려인]<중>타 지자체 고려인 지원정책은

입력 2023-01-10 06:30:00

3만 여명의 고려인 살고 있는 '경기도', 고려인 지원 조례 가장 먼저 제정한 '광주시' 모범운영 중

경북 고려인을 위한 맞춤형 지원정책이 부족한 가운데 경북보다 한 발 앞서 고려인들의 지원체계를 형성한 지역들이 있다. 그중 3만여 명의 가장 많은 고려인들이 살고 있는 경기도와 지방자치단체 중에서 가장 먼저 조례를 제정한 광주시가 벤치마킹 사례로 떠오른다.

광주 고려인마을은 고려인들을 대상으로 의료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기간동안은 지원을 통해 의료 사각지대를 메우고 있다. 고려인마을 제공
광주 고려인마을은 고려인들을 대상으로 의료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기간동안은 지원을 통해 의료 사각지대를 메우고 있다. 고려인마을 제공
광주 고려인마을은 지난해 12월 고려인동포 초청 성탄절 나눔행사를 실시하는 등 커뮤니티를 활성화시키고 있다. 고려인마을 제공
광주 고려인마을은 지난해 12월 고려인동포 초청 성탄절 나눔행사를 실시하는 등 커뮤니티를 활성화시키고 있다. 고려인마을 제공

◆광주시

광주시는 고려인 지원체계 구축을 위해 지난 2013년 최초로 '고려인 주민 지원 조례'를 제정하며 정책사업을 펴고 있다. 사단법인 고려인마을을 통해 주요 사업이 운영되고 있다.

총 2억9천900만원이 지원되는 주요사업에는 자녀돌봄, 종합상담, 미디어센터, 미디어센터 방송장비, 청소년문화센터, 한국어교육, 청소년오케스트라단, 광주진료소, 한마당 행사 등이 있다.

자녀돌봄은 영유아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지난 2021년 기준 돌봄인원이 누적 402명으로 월 평균 약 34명이 혜택을 보고 있다. 의료지원은 광주진료소를 통해 무료로 운영되고 있고, 지난 2021년 기준 454명의 환자가 도움을 받았다.

또한 청소년 교육, 급식, 한국사회문화 적응 지원 등을 돕는 청소년 문화센터에는 2021년 이용인원이 6천500여 명에 달했고, 취업·통역·출입국 지원 등 각종 상담도 7천100여 건이 진행됐다.

고려인 밀집지역인 광주시 광산구에서도 고려인마을에 대한 지원이 별도로 진행되고 있다. 광산구로부터 총 3억1천만원 지원을 받아 월곡고려인문화관과 바람개비꿈터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며 특별전 및 기획전 개최, 고려인 아동 지원 등을 진행하고 있다.

광주시와 광산구의 지원사업을 바탕으로 사단법인 고려인마을도 자체적으로 고려인들을 돕는 사업을 추친하고 있다. 또 여러 기관 단체들의 잇따른 후원으로 더해지면서 지원의 다양성도 확대되고 있다.

고려인마을에서 현재 어린이집, 아카데미 개설, 장터 운영, 후원 확대, 법률지원 사업, 법적지위 확보 및 정착지원 사업, 강제이주길 탐방 등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안정적인 거주및 정착을 위한 임대보증금 100만원 지원, 의료보험 혜택을 못 받는 기간 동안의 의료 지원 등을 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한국대사관을 통해 비자가 발급되는 고려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우크라이나 난민 항공권' 지원이 눈길을 끌고 있다.

불안한 전쟁상황으로 한국을 찾는 고려인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여름 항공권이 최고로 비쌀 땐 1인당 300만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도 항공권 지원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초 기준 고려인 동포들의 우크라이나 탈출을 돕기 위해 모금된 기금이 약 7억8천만원일 정도로 한국에 정착한 고려인들을 비롯해 다양한 기관, 많은 시민들의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는 "하루 아침에 지원정책이 만들어 지고 성과가 나는 것이 아니고, 고려인들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지원으로 지금의 성과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며 "'돈벌이' 수단으로 센터를 운영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데 그렇게 접근해서는 안되고, 봉사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기도에서는 고려인동포 정착지원사업의 일환으로
경기도에서는 고려인동포 정착지원사업의 일환으로 '기억해야 될 인물들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 실시됐다. 사단법인 너머 제공

◆경기도

전국에서 고려인 동포가 가장 많은 곳인 경기도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경기도에서 진행되고 있는 고려인을 위한 맞춤형 지원과 환경 조성은 많은 고려인들이 머무는데 큰 몫을 하고 있어서다.

경기도는 지난 2016년 '경기도 고려인 주민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2020년부터 '고려인 동포 정착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고려인동포 정착지원 사업은 지난해 공모·심사 과정을 통해 정착지원 분야에 2억원, 인식개선 분야에 6천만원이 지원됐다.

구체적으로 정착지원 분야에는 세대별 맞춤형 한국어 교육, 문화체육행사, 자립 지역공동체 구성 및 운영 지원 등이 있고, 인식개선 분야에는 지역사회활동, 세미나, 역사콘서트, 사진전, 홍보동영상 제작 등이 있다.

주목할 점은 고려인과 관련한 단체가 제출한 사업계획서들이 공모 및 심의를 통해 보조금을 지원하는 형태로 투명하게 진행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각 단체들은 보조금을 통한 형식적 지원에 그치지 않고, 고려인 맞춤형 사업을 빈틈없이 진행하고 있다.

경기도 고려인의 절반 가량이 살고, 전국 시군구에서 고려인수가 가장 많은 안산시도 모범사례로 주목되고 있다. 고려인의 정착을 위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보니 자녀교육, 커뮤니티 구축 등에 수월함을 느끼고 고려인의 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안산시는 지난 2018년 '안산시 고려인 주민 지원 조례'를 제정했고, 연간 2억8천만원으로 고려인문화센터를 민간위탁으로 운영하고 있다. 전국 최초로 국·도·시비(총 11억원)로 설립된 안산시 고려인문화센터는 크게 교육사업, 지원사업, 전시관 운영으로 고려인들을 지원하고 있다.

교육사업에는 성인과 아동·청소년 대상으로 한국어 교육과 고려인 대학생의 학습멘토링, 1대 1 멘토 수업 등 특화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지원사업에는 일상생활에서 마주하는 노동문제, 생활상담, 입학 및 비자 관련 행정서류 번역 등에 대한 상담팀이 있다. 또한 설날 복 나누기·모국문화 및 역사탐방 등이 담긴 고려인 문화체험과 한-러통역 봉사, 고려인문화해설사 등을 통한 고려인청소년 지원도 되고 있다.

아울러 전시관을 운영하면서 전시관 관람을 비롯해 고려인 역사문화 해설사 양성, 교류협력사원 확대, 문화탐방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안산시 고려인문화센터는 고려인의 '자생력 강화'에 중점을 두며 지원을 하고 있다.

센터에서는 고려인들을 대상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부분들이나 쉽게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체류, 노동, 부동산 등)에 대한 대처방법을 지속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이렇게 자생력을 기른 고려인들은 지원 수혜자에서 벗어나 다른 고려인들을 도와주는 안내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순환의 구조를 만들고 있다.

커뮤니티 조직체계도 자리를 잡게 되면서 청소년들에 대한 장학사업, 봉사단 지원도 원활히 이뤄지고 있다.

청소년봉사단의 경우 지난 2017년 결성돼 현재 50여 명이 활발히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장학사업을 통해 고려인 아이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김영숙 안산시 고려인문화센터장은 "통역상담 등 많은 사업에 고려인들이 직접 역할을 맡아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면서, 고려인들이 더이상 수혜자가 아닌 안내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며 "경상북도의 경우에도 도나 시에서 고려인을 특정화한 공모사업 예산을 편성하게 되면, 고려인들의 경북 정착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산시 고려인문화센터는 지난 2019년 고려인청소년 자원봉사단을 결성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사단법인 너머 제공
경기도 안산시 고려인문화센터는 지난 2019년 고려인청소년 자원봉사단을 결성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사단법인 너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