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기업인!] <22> 이종건 마이크로엔엑스 대표

입력 2022-12-28 12:56:35 수정 2022-12-28 18:33:08

이번 달 대구에서 4년 만에 탄생한 55번째 상장기업
더 작고, 더 빠르게… 마이크로 모터기술 치과의료기에 접목
이 대표 “포기하지 말 것, 길이 열릴때 까지 뚫을 것”

지난 27일 대구 마이크로엔엑스에서 이종건 대표가 마이크로 모터 기술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지난 27일 대구 마이크로엔엑스에서 이종건 대표가 마이크로 모터 기술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유럽이 독점하고 있는 치과용 의료기기 산업은 진입 장벽이 높기로 악명이 자자하다. 하지만 수출세를 확장해나가며 당당하게 글로벌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대구 기업이 있다. 바로 2001년 창업해 마이크로 모터 제작 기술을 기반으로 치과용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마이크로엔엑스다.

이종건 마이크로엔엑스 대표는 창업 초기부터 '포기하지 말 것, 길이 열릴 때 까지 뚫을 것'이라는 마음으로 불모지와 같은 사업을 개척해나갔다. 꾸준히 수출에 주력한 결과 현재 마이크로엔엑스는 전 세계 80여 개국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인 코넥스(KONEX)에 신규 상장하며 4년 만에 대구에서 새롭게 상장된 기업으로 올라서기도 했다. 마이크로엔엑스는 장기적으로 소형 모터 기술을 이용해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목표를 갖고 있다. 대구 동구 혁신도시 근방에 위치한 본사에서 이 대표를 만났다.

-창업 계기가 어떻게 되는가?

▶처음에는 전자 관련 회사를 운영하다가 제조에도 관심이 생겨서 2001년에 창업하게 됐다. 치과기공소에서 사용하는 기계로 시작했다가 2010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치과의료기를 만들게 됐다. 당시에는 의료기기 자체가 진입 장벽이 높았다. 개발부터 상품화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전 세계에서 판매 허가를 받아야 했다.

당시 스위스나 독일 같은 유럽에서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만들면 국내 최초가 됐다. 뿌듯함도 있었지만 국내 시장에 '네임밸류'가 낮았기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기술력을 키우고 판매 허가를 받은 인증서가 자산이 됐다.

-핵심 기술이 무엇인가?

▶핵심은 회전력을 이용하는 '모터' 기술이다. 회전력을 이용해 치아나 임플란트를 심는다. 그 모터 기술을 개발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이제껏 스위스의 모터를 수입해 제품을 완성하는 업체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면 우리는 기술력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 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수입에 의존하기보다 자체 개발을 하기로 결심하고 전 세계 소형모터 관련 전시회를 300회 이상 다녔다. 그래서 작고 슬롯이 없으며 초당 20만rpm으로 초고속 회전할 수 있는 '마이크로 모터'를 만들었다. 더욱 작고 빠르게 돌 수 있도록 모터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성장 원동력은 무엇인지?

▶창업부터 지금까지 위기는 수도 없이 많았다. 하지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는 포기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최근에만 해도 한 번의 위기가 또 있었다. 현재 80개국에 수출을 할 수 있는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매출이 30%가량 하락했었다. 올해는 악착같이 버텨 매출을 회복했고 예전보다 더욱 증가한 매출 90억원이란 실적을 달성했다. 극복할 때까지 줄기차게 길을 뚫는 것이 가장 큰 성장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역의 55번째 상장 기업이 된 소감

▶기업의 꽃은 상장이라고 본다. 대기업의 자본이 들어와야 수출할 수 있는 곳도 늘어나고 발전 가능성이 생긴다. 이번에 상장 승인을 위한 심사도 정말 빨랐다. 기술력도 인정받았지만 외부 감사를 꾸준히 받았고 재무회계 부분이 투명했기 때문에 승인까지 4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회사 발전을 위해서 투자자들의 투자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기쁜 마음도 있지만 한편으론 마음이 무겁기도 하다. 이전에는 '터치'하는 사람도 없었지만, 이제는 주주들이 채찍질할 것이기 때문에 더욱 꼼꼼하고 크게 발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 같다. 군림하는 대표가 아니라 떠받치는 대표로 경영에 임하겠다.

지난 27일 대구 동구 마이크로엔엑스에서 만난 이종건 대표는
지난 27일 대구 동구 마이크로엔엑스에서 만난 이종건 대표는 "앞으로 치과의료기 산업은 미래에 없어지지 않는 분야"라며 "포기하지 않고 샘이 나올 때까지 팔 것"이라고 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수출 확장 계획은?

▶현재 해외 거래업체가 80곳인데 내년에는 더욱 늘릴 생각이다. 치과의료기가 시장에서 우리가 제작하고 있는 앵글 그라인더 제품은 지금 진입 단계라고 할 수 있고, 기공용 기기는 대구가 전 세계적으로 '탑'(Top)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앞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많기 때문에 더욱 수출을 늘릴 계획이다.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소형 모터를 사용하고 있고, 우리 핵심 이사로 재직하시는 분이 LG이노텍 정밀 모터 관련 연구원 출신이기 때문에 시장 진출에 접근성이 쉽고 기술력이 탄탄하다. 내년 매출 목표는 올해보다 40억원 증가한 130억원으로 잡았다.

-대구 의료기기산업 성장에 필요한 요소라면?

▶대구가 의료 특구, 신서혁신도시에 대해 굉장히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실제로 치과의료기 분야는 대구에서 많이 지원하고 육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발전을 할 수가 있는 지역이라고 본다. 특히 대구는 부품 가공, 관련 제조업체들이 많이 포진해 있는 등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기에 사업의 시작점으로 적합하다고 본다.

-성장 경험을 바탕으로 중소벤처 기업들에게 전하고 싶은 노하우는?

▶무엇보다 포기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제일 처음에 안 되고 노하우가 없는 건 당연한 것이다. 의지가 꺾이는 순간 무너진다. 이 샘, 저 샘 나올 때까지 파라. 위치를 잘 잡고 방법을 잘 연구하면 더 빨리 확실한 샘을 팔 수도 있지만 샘에서 물이 나오지 않더라도 신념을 가지고 끝까지 뚫고 나가기를 바란다.

-경영의 어려움은 없나?

▶최근에 인력난을 겪고 있다. 신규 채용을 해도 회사가 외지에 있다 보니 교통편이 안 좋다고 지원을 꺼리거나 금방 퇴사하는 일이 잦았다. 채용공고를 내면 사람들은 오는데 이직률이 높다. 숙련도가 떨어지면 불량률이 높아지고 제품이 약해질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고민이다. 이 부분은 대부분 기업이 마찬가지일 것이다. 직원들 근무 환경 개선이나 시니어 채용 등을 계획하고 있다.

-고용 현황과 계획은?

▶현재 직원이 70명 정도 있다. 앞으로 사람이 더 필요할 거 같아 내년 상반기에도 채용 계획을 하고 있다. 평소에 직원들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고민을 많이 한다.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는 것도 고민 중이고, 시니어들을 채용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시니어의 경우 60세에 은퇴를 하게 되면 80세 이상까지 생활해야 한다. 한 분야에서 오래 있었던 만큼 현장에서 축적되는 노하우가 있는 분들을 고용하고 싶다. 이를 위해 시니어들이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이나 눈이 어두운 분들을 위한 확대경을 만든다든지 여러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 회사가 아직 발전하는 단계여서 고용에 대해 좀 더 유연한 생각들을 해볼 수 있는 것 같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일단 국내 판매뿐만 아니라 수출을 늘려나갈 계획이고, 새로운 제품 새로운 기술 개발에 중점을 둬야 할 것 같다. 치과의료 쪽은 절대 없어지지 않을 산업으로 꾸준하게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 우리가 개발하는 모터가 네일아트기기 같은 미용 쪽으로 진출할 수도 있고, 반려동물용 의료기기, 정형외과 수술, 항공우주분야, 자동차까지 안 들어가는 데가 없다.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기 위해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현재는 자본력의 한계가 있지만 향후 우리 회사가 성장한다면 더 많은 분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성장에 지원해준 대구시에 감사한다. 특히 테크노파크 관련 전시회 지원, 필요 아이템 지원 등 다양한 지원과 정보 제공해 줘서 회사를 운영하는 데 큰 도움이 됐고, 대구의 의료기기 산업이 더욱 발전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된 것 같다.

마이크로엔엑스 회사 전경.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마이크로엔엑스 회사 전경.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