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과 진료 체계가 무너지고 있다. 소아청소년과(이하 소청과) 전공의(레지던트) 부족 사태가 이어지면서 심각한 진료 공백이 우려된다. 저출생 여파에 따른 환자 감소와 다른 진료과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의료수가 등이 소청과 기피 원인으로 꼽힌다. 16일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등은 입원·진료 수가 2배 인상과 특별법 제정 및 정부 전담 부서 신설 등 긴급 대책을 요구했다.
최근 전국 수련병원 66곳이 모두 207명의 2023년도 소청과 전공의를 모집했다. 지원자는 33명에 그쳤다. 역대 최저 지원율(15.9%)이다.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전국 기준)은 최근 5년간 하락세를 보였다. 2019년도 80%에 이어 ▷2020년도 74% ▷2021년도 38% ▷2022년도 27.5%를 기록했다.
대구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경북대병원을 비롯한 수련병원 5곳이 내년도 소청과 전문의 15명을 모집했지만, 지원자는 1명도 없었다. 2022년도 소청과 전공의 모집에서는 대구파티마병원만 정원을 채웠다. 2021년도 모집에서는 대구가톨릭대병원만 소청과 전공의를 확보했다. 지역 한 수련병원의 경우 입원 전담 전문의 1명과 3년 차 전공의 4명이 소아 병동을 맡고 있다. 이 병원 전공의들이 전문의 시험 준비 등으로 근무를 못 하는 내년 후반기 이후엔 소아 병동이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인천의 가천대 길병원은 전공의 부족으로 인해 이달 초부터 내년 2월 말까지 소청과 입원 진료를 잠정 중단했다.
소청과 전공의 부족 사태는 예견됐다. 소청과뿐만이 아니다. 내년도 전공의 모집 결과, 필수 진료과로 꼽히는 흉부외과(60%), 외과(67%), 산부인과(79%)도 미달 사태를 보였다. 생명을 다루는 진료과들이 고사 위기에 놓인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가. 수가 일부 보전이나 수련 기간 축소 등은 임시방편이다. 필수 의료 기피를 초래한 의료수가 제도를 대수술해야 한다. 또 의사 배분 방식에 대한 면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한밤에 아픈 아이를 안고 이 병원, 저 병원을 떠도는 불행한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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