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총포 사고 이유 있다

입력 2023-01-08 15:33:36 수정 2023-01-08 17:03:54

오수진 전 한국총포협회 중앙회 회장

오수진 전 한국총포협회 중앙회 회장
오수진 전 한국총포협회 중앙회 회장

멧돼지를 엽총으로 포획하는 과정에서 오인사격으로 지난해 3번째 사망자가 나왔다.

이를 두고 포상금 때문에 엽사들 간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란 주장도 있고, 총포 소지인들이 고령화되었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현장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총포는 인간 생활에 필요한 것이지만 아주 위험한 문명의 이기다.

총포를 다루는 사람에 따라 위험을 인지하는 능력 또한 다르다는 것을 수렵 현장에서 종종 본다.

어떤 사람은 실탄이 없는 빈총이라 하더라도 총구를 사람 쪽으로 향하지 않고, 산에서 휴식할 때 장전된 실탄을 빼고 총기는 나무에 걸어두는 등 안전의식이 철저한 사람들이 많다. 실탄이 장전된 총을 세워둔다든가 땅에 방치했을 경우 개들이 뛰어다니면서 방아쇠를 밟아 당기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전의식이 결여(缺如)된 사람은 실탄이 없는 빈총이란 이유로 사람 쪽으로 총구를 향하고 휴식 때 실탄이 장전된 총기를 땅에 방치하는 경우가 있어 안전은 습관화되어야 총포 사고를 막을 수가 있다.

따라서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주의를 주었지만 또다시 그런 행동을 반복할 때 혹시 이 사람이 주의력 결핍장애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이런 사람과 포획 활동을 하게 되면 큰 사고가 나겠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런 사람은 주의력 결핍장애만 아니라 성격도 산만하여 단체 활동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배제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주의력 결핍장애와 쉽게 흥분하는 성격은 총포 소지자 신체검사와 정신과 전문의 진단에서 나타나지 않는다.

과거에는 서치라이트를 들고 야간 사냥을 했지만 요즘은 열화상 카메라를 사용하고 있다. 아무리 어두운 밤이라 하더라도 열화상 카메라로 보면 500m 정도 거리에 있는 물체는 식별할 수 있다.

그러나 총으로 동물을 포획할 수 있는 거리는 60~70m이기 때문에 유효 거리 안에 있는 물체는 더욱 선명하게 볼 수 있어 사람인지, 혹은 동물인지 쉽게 구분할 수가 있다. 그러나 주의력이 산만한 사람은 열화상 카메라에 물체만 보이면 흥분하여 방아쇠에 손부터 간다.

지난해 야간에 발생한 엽총 사망사고 2건 또한 열화상 카메라가 있었지만 이를 막지 못했다.

지난해 1월 환경부는 법률적 근거도 없이 '엽사 모집은 홈페이지에 공고하라'는 업무지침을 하달하여 멧돼지 포획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폭을 넓혀 주었다.

필자는 정보공개 등의 방법으로 확인한 결과 국민권익위원회가 민원을 이유로 환경부 공무원에 대해 소환장을 발부했고, 이에 당황한 환경부 사무관은 권익위에 출석하여 '엽사 모집은 홈페이지에 공고하라'는 업무지침 하달을 약속했다고 한다.

더욱 기이한 것은 2008년 권익위 창설 이후 처음으로 환경부 공무원을 소환했다고 하니 환경부를 만만하게 본 것인지, 권익위에 제기된 민원이 아주 중요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경찰청 같은 힘 있는 기관은 권익위 권고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이 2022년 현재 6건이나 되지만 강제할 방법이 없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유해야생동물 포획 활동 중 오인사격으로 사망한 사람은 2021년도에 한 명도 없었지만 2022년 갑자기 3명으로 늘어난 것은 지난해 1월 환경부 유해야생동물포획 업무지침과 무관해 보이지 않아 대책이 요구된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