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 경북대 고고인류학과 교수
영화 '올빼미'(The Night Owl)는 맹인 침술사 천경수(류준열)가 소현세자(김성철)의 의문스러운 죽음을 규명하기 위해 벌이는 하룻밤의 사투를 그린 스릴러이다. '세자는 귀국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병을 얻었고 며칠 만에 세상을 떠났다. 온몸이 전부 검은빛이었고, 이목구비 일곱 구멍에서는 선혈이 흘러나왔다. (중략) 마치 약물에 중독돼 죽은 사람 같았다'는 인조실록에서 영화는 출발한다.
영화의 제목이 '올빼미'인 이유는 주인공 천경수가 낮에는 보지 못하고 밤에만 앞을 볼 수 있는 주맹증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알 리 없는 어의 이형익(최무성)은 천경수를 궁으로 데려온다. '들어도 못 들은 척, 보아도 못 본 척' 살아야 하는 궁 생활에서 앞을 보지는 못하지만, 침술 실력만큼은 누구보다 뛰어난 천경수를 적절히 활용할 요량이었다. 하지만, 천경수의 시선은 소현세자의 죽음을 은폐하려는 어둠 속에서 도리어 더 선명해진다.
영화의 제목이 '올빼미'인 두 번째 이유는 천경수가 소현세자의 죽음과 관련된 진실을 목숨을 걸고서라도 밝히려는 인물로 각성하기 때문이다. 올빼미는 지혜의 여신 미네르바를 상징하는 동물이기도 하다. 어둠의 장막 속에서도 올빼미의 눈동자는 가려진 진실을 비추듯 환하게 빛난다. 선과 악을 구분하기조차 어려운 황혼의 시간을 모두 지켜본 뒤에야 비로소 진실은 분명하게 떠오른다. 영화 속 천경수는 권력의 광채를 앞세워 어둠 속 진실을 덮으려는 권력에 저항하며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전하고자 애쓴다. 그러한 천경수의 시도는 올빼미의 날갯짓과 맞닿아 있다.
그렇다면 천경수가 이토록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애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천경수는 소현세자에게 밤에는 흐릿하게나마 세상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들킨다. "왜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척 살아가느냐"는 소현세자에게 천경수는 "저 같은 천것은 보아도 못 본 듯 사는 것이 좋습니다"라고 답한다. 이에 소현세자는 "안 보고 사는 것이 좋다고 하여, 눈을 감고 살면 되겠느냐. 그럴수록 더 크게 눈을 떠야지"라며 천경수의 손에 확대경을 쥐어 준다.
천경수가 자신을 '천것'이라고 규정하는 이유는 앞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신체적 손상은 그의 사회적 인격마저 손상시킨다. 컬럼비아대 인류학과 교수 로버트 머피는 52세가 되던 해에 척수종양 진단을 받아 온몸이 마비되는 증상 속에 살아간다. 교수이자 백인 남성으로 살아가던 그는 신체적 손상을 겪으며 정체성의 변화를 경험한다. 그는 사회에서 장애인의 모호한 위치를 '이도 저도 아닌'(Betwixt and Between)이라고 표현한다. 장기간 신체적 손상을 지닌 채 살아가는 사람들은 아픈 것도 건강한 것도 아니고, 죽은 것도 완전히 살아 있는 것도 아니며, 사회의 외부에 있는 것도 완전히 내부에 있지도 않다. 그렇지만 소현세자는 천경수에게 그럴수록 눈을 더 크게 뜨라고 격려한다. 이처럼 천경수에게 확대경은 그의 손상된 인간성을 회복시켜 주는 장치이기도 하다.
안태진 감독은 "영화엔 '본다'라는 대사가 수십 번씩 등장한다. 그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 보았으면 한다"고 말한다. "제가 다 보았습니다"라는 천경수의 외침이 관객들을 사로잡는 이유는 행정 절차와 법리적인 규정을 앞세워 특정한 방식으로만 보도록 강요하고, 권력에 순응하지 않는다고 원래부터 없던 사람인 양 도려내 버림으로써, 종국에는 스스로를 검열하게 만드는 폭력의 알고리즘이 우리의 현실 속에서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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