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좋은 광고를 만들기 위한 6개의 조언

입력 2022-12-09 09:32:46

정태영 부회장의 글. 광고주 입장임에도 상당히 공감가는 내용이다. 출처: 정태영 페이스북
정태영 부회장의 글. 광고주 입장임에도 상당히 공감가는 내용이다. 출처: 정태영 페이스북

얼마 전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의 글을 봤다. 8년 전 쓴 광고에 관한 글이었다. 정태영 부회장은 광고주의 입장이지만 그의 글은 무척 공감이 갔다. 광고회사의 상황을 매우 잘 헤아리고 있었던 것이다. 동시에 탁월한 사업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광고회사를 배려하는 것은 좋은 광고를 받기 위함일 것이다. 좋은 광고를 받는 것이 결국 자신의 기업을 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10년 가까이 광고회사를 운영하며 안타까운 광고주를 많이 만났다. 좋은 광고를 받겠다는 생각으로 과욕을 부리는 광고주, 끝나지 않는 수정을 요구한 광고주, 광고회사를 파트너가 아닌 을로서 대하는 광고주 등이 그러했다. 그럼 광고회사에게 좋은 광고를 받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첫째, 충분한 작업 기간을 주고 그만큼의 퀄리티를 요구한다.

"생각하는 시간 오래 드린다고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 아니잖아요? 하하"

"아이디어는 유레카 아닙니까? 하하"

"그냥 번쩍하고 떠오르는 아이디어 주세요. 하하"

웃으며 말하는 광고주를 보면 울고 싶다. 물론 길가다가 번쩍하고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극히 소수의 사례다. 당신에게 수학 문제를 풀 시간이 주어졌다고 가정해보자. 얼마의 시간을 받고 싶나?

1분이라면 조급함이 들 것이다. 조급함은 아이디어와 멀어지는 지름길이다. 수학 문제는 답이라도 있지. 광고는 정답이 없다. 수많은 오답을 지워가며 가장 정답에 가까울 듯한(?) 오답을 찾는 과정이다. 그러니 광고회사가 충분히 오답을 낼 수 있는 시간을 주어라.

둘째, 민주주의의 맹점이다. 아이디어 발표 날, 광고회사와 일 해본 경험이 적은 리더의 경우 전 직원을 모은다. 그리고 어떤 아이디어를 선택할 것인지 손을 들어보라 한다. 단연코 최악의 방법이다. 구성원들이 든 손에는 상당한 거짓말이 포함되어 있다.

'내가 이 아이디어를 선택하면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한국인 특유의 눈치 타임이 시작된다. 동료의 눈치부터 사장의 눈치까지 살피게 된다. 그렇게 고민하다 결국 구성원들은 가장 무난한 아이디어를 선택하고 만다. 내가 밀어붙인 광고를 했다가 결과가 안 좋으면 다 내 탓이 되는 게 아닐까 고민한다. 결국 광고의 책임을 대표는 구성원에게 구성원은 또 다른 구성원에게 전가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아이디어를 처음 보는 순간 그 환경이 정말 중요하다. 사진: pixabay
아이디어를 처음 보는 순간 그 환경이 정말 중요하다. 사진: pixabay

셋째, 광고는 빼기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대표님들은 덧셈을 좋아한다. 광고에 이것도 넣고 저것도 넣고 3살 아이부터 100세 노인까지 우리 브랜드를 사랑해줬으면 좋겠다. 자연스럽게 광고에 추가할 내용이 넘쳐난다. 그렇게 소비자의 눈은 테러를 당하고 메시지에 체하게 된다.

반면, 센스 있는 대표님들은 빼자고 한다. 자꾸 빼고 이렇게 빼도 되나 싶을 정도로 빼다가 컨펌을 준다. 아이러니하게도 빼다 보면 진정한 본질만 남아 있는 광고가 완성되어 있다. 물론 광고 회사가 들고 가는 초안에는 상당한 고민이 포함되어 있다. 이미 더 뺄 것이 없을 정도로 준비해 발표를 하는 편이다. 초안 역시도 고민의 산물이므로 더하자는 말은 빼자.

넷째, 광고주의 언어와 소비자의 언어는 다르다. 똑같은 한국말을 하고 있다고 착각하면 안 된다. 분명 세종대왕의 언어를 쓰는 듯 하지만 그들은 상당히 다른 언어를 구사하고 있다.

광고주의 언어는 복잡하다. 그럴만한 것이 광고주만큼 자신들의 상품을 잘 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만난 어떤 병원 원장님은 광고에 자신이 쓴 논문을 넣고 싶다는 말씀까지 하셨다. 반면, 소비자의 언어는 단순하다. 우리는 하루 5,000여 개의 광고에 노출되어 있는데 그 말은 광고 메시지의 포화 속에서 하루를 마치며 잠이 든다는 말이다. 그 속에서 어떤 광고가 살아남을 것인가? 고민해보라.

다섯째, 광고 센스가 없는 동료에게 X자가 적힌 마스크를 선물한다. 아이디어 발표 자리에서 이런 사람은 'GX 3000 시한폭탄'과 같은 존재이다. 입을 열기 시작하면 상당한 위협감과 타격감으로 광고회사의 전의를 상실케 하는 재주가 있다. 더욱 안타까운 건 이런 분들은 구성원 모두의 피드백을 광고에 적용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졌다는 것이다.

"회장님의 의견인 A와 대표님의 의견인 B와 이사님의 의견인 C와 전무님의 의견인 D와 부장님의 의견인 E와........ 마지막으로 우리 인턴의 피드백인 Z가 광고에 적용되었면 합니다. 하하." 라며 모든 피드백을 광고에 적용하고자 한다. 그렇게 완벽한 광고는 망한다.

그런 분들께는 주로 정신과 진료를 추천드리거나 설탕과 소금과 된장과 고추장, 쌈장을 범벅한 음식을 대접하는 편이다.

모든 사람이 좋아할 만한 광고를 만들다 보면 그 누구에게도 사랑을 받을 수 없다. 광고의 퀄리티를 높이고자 한 실무자의 노력은 사실은 광고의 질을 열심히 떨어뜨리고 있었던 것이다.

마지막은 믹서기의 법칙이다. 한 장의 광고 혹은 20초의 광고의 메시지를 믹서기에 넣어보라는 것이다. 과연 메시지를 갈았을 때 어떤 것이 나올까? 믹서기에서 갈아져 나올 그 메시지는 무엇이란 말인가? 좋은 광고를 받고 싶다면 그것에 집착해야 한다. 결국 수개월간의 광고를 만든 노력이 정작 소비자에게는 3초 안에 전달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말하고 싶은 단 하나의 문장은 무엇일까?' 고민하다 보면 좋은 광고를 만나게 될 것이다.

'어떻게 광고해야 팔리나요'의 저자㈜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