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표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연극평론가)
대장동 '화천대유 천화동인' 4호 소유주로 대한민국 사태의 주역이었던 남욱 변호사를 사이에 두고 정치권에서 때아닌 '연기(演技) 논란'이 뜨겁다. 연기 논란 점화는 이렇다. 남 변호사가 석방된 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한테 불리할 수 있는 폭로전을 이어가자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이 대표는 "남욱이 연기를 하도록 검찰이 연기 지도를 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드는데, 검찰의 연출 능력도 낙제점"이라고 쏟아냈다. 남 변호사는 "캐스팅하신 분께서 연기를 지적하셔서 송구스럽다, 이 작품은 영화가 아니고 다큐멘터리"라고 받아쳤다. 국민을 향해 쏟아낸 소설, 창작, 연출, 캐스팅, 영화, 다큐멘터리, 연기, 각본 등 말만 들으면 정치인과 변호사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드라마, 영화 전문가들 같다.
남욱 변호사의 '다큐멘터리'는 연기 지도가 없는 사실 그대로 진술하고 있다는 취지로 들리고, 이 대표의 '연기술(術)'은 연출가가 잘 짜여진 각본과 배우들 연기 지도를 통해 사실과 다른 허구로 정치 공세를 하고 있다는 의미로 검찰과 여당을 향해 쏟아낸 발언일 것이다. 국민 최고의 시청률을 향하고 있는 '대장동 사태 다큐드라마'는 이 대표 측근으로 불리는 김용, 정진상 구속과 유동규, 남욱, 김만배 등 화려한 등장인물의 교체로 시즌 2를 맞고 있다. 장르가 다큐가 될지, 드라마로 끝날지 '진실 게임'을 형성하고 있는 플롯은 절정을 향해 달리고 있다. 장르의 판정에 따라 향후 총선과 대선 지형도는 대장동 사태 다큐드라마 종영 즈음에 대한민국 정치의 뇌관이 될 것은 분명하다.
간혹 정치인들이 쓰는 수사적인 표현 중에 정치적 언어와 제스처, 화려한 입담, 여·야의 난타전으로 거짓말을 쏟아낼 때나 캐릭터를 서민형 눈높이로 둔갑할 때, 정치인 각자의 시선으로 상황을 분석하면서 '연기하지 마세요'보다는 '쇼'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윤석열 대통령도 취임 후 "국민들을 향해 보여주기식 '정치 쇼'보다는 진실로 소통하겠다"는 말을 썼다. 흔히들 대중을 속이기 위한 연기를 '쇼'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정치의 쇼와 배우의 연기는 대중을 위해 보여주는 행위 의미로는 같으면서도 다른 말이다. 비슷해 보이는 '연기' 영역인 것 같으면서도 다르다는 얘기다. 등장인물로 내가 아닌 다른 역할로 '척'을 한다고 해서 '쇼'가 연기가 되고 연기가 쇼가 될 수는 없다. 연기에는 감동이 있다. 연기는 인물(배역)에 배우가 생명을 불어넣고 진심과 진실로 역할에 몰입해 시청자와 대중을 속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닮아 보이면서도 진실한 감정 표현으로 무장해 연기를 하는 동안 살아 있는 인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진실로 담아내는 극중인물의 양만큼, 배우는 대중한테 감동을 줄 수 있다.
이렇게 '정치의 연기'와 '배우의 연기'는 다르다. 시청자도 잘 속인 배우한테 쇼를 잘했다고 박수를 치는 것이 아니라 극중인물과 동일화되어 감동을 준 배우한테 박수를 치고 감동을 받은 만큼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진실의 연기로 무장해 대중의 마음을 빼앗은 윤여정, 송강호, 이정재, 전도연, 고 강수연 등이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연기상을 받았다. 검찰은 연기 훈련을 시키는 연출가가 되고, 남욱 변호사는 다큐멘터리 주인공이 되고 있는 대장동 사태가 소설과 드라마, 다큐멘터리가 되고 있는 현실 상황에서 '대장동 다큐드라마'를 구성하고 캐스팅을 한 연출자를 밝히는 것은 이제 대한민국의 운명이 되었다. 대중은 쇼를 잘하고 연기를 잘하는 정치에는 관심이 없다. 국민은 진실에 감동하고 박수를 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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