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이 북한군에 의한 해수부 공무원 이대준 씨 사살·소각 사건과 관련해 구속된 데 대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반응은 사안의 본질을 흐리는 전형적 말장난이다. 문 전 대통령은 4일 페이스북을 통해 "서훈 실장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의 모든 대북 협상에 참여한 최고의 북한 전문가, 전략가, 협상가"라며 "그런 자산을 꺾어 버리다니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라고 했다.
북한에 의한 이 씨 사살·소각 사건의 본질은 문재인 정부가 이 씨를 '자진 월북자'로 몰았는 게 사실인가이다. 현재까지 검찰 수사는 부정적인 대답을 내놓고 있다. 서 전 실장은 이 씨의 '자진 월북' 근거가 부족한데도 자진 월북으로 단정하고 해양경찰청에 '월북 정황'을 발표하도록 지시하고, 이와 배치되는 첩보의 삭제를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은 그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뜻이다.
서 전 실장의 혐의는 그가 '최고의 북한 전문가, 전략가, 협상가'인지 여부와 전혀 무관한 문제이다. 서 전 실장이 그런 '최고의 전문가'라고 해도 그것이 법률 위반 행위를 정당화해 줄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 문 전 대통령의 말은 '최고의 북한 전문가'이면 우리 국민을 월북자로 몰고 북한군에 사살·소각되도록 방치해도 된다는 소리나 다름없다.
이는 '법 앞에서 평등'이란 민주주의 대원칙의 정면 부정이다. 비극적으로 유명(幽明)을 달리한 이 씨와 '월북자 가족'으로 낙인찍힌 유족들의 명예를 또다시 훼손하는 일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수호하는 대통령 자리에 있었던 사람의 입에서 절대로 나와서는 안 될 말이다. 그가 대통령이었던 지난 5년은 그래서 참담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문 전 대통령은 "신뢰는 하루아침에 구축되지 않는다" "서훈과 같은 오랜 연륜과 경험을 갖춘 신뢰의 자산은 찾기 어렵다"며 서 전 실장의 구속을 남북한 간 신뢰 붕괴로 몰았다. 기가 막히는 궤변이다. 대통령 재임 시 북한과 얼마나 신뢰를 쌓았길래 북한이 우리 국민을 사살·소각한 것인가? 그런 야만적 폭력이 이미 신뢰의 붕괴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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