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 초대석] 반도체 지정학 속 한국의 전략은?

입력 2022-12-05 15:39:44 수정 2022-12-05 16:35:35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미·중의 지정학적 전쟁이 대만이라는 세계 최고의 파운드리 생산국을 사이에 두고 중국의 무력 침공 협박과 미국의 의도된 끊임없는 대만 방어 언급이 논란이 되고 있고 이것이 세계 반도체 시장의 새로운 구조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TSMC의 미국 현지 공장 가동을 위해 대만 TSMC의 반도체 엔지니어와 가족들을 태운 비행기가 미국으로 향했다. 숙련된 미국 엔지니어를 구하기 어려운 점과 기술 보호를 위한 고육책이지만 중국의 대만 공격 협박은 장기적으로 대만 반도체 엔지니어의 탈출을 부를 수 있다.

이젠 서방으로부터 첨단 반도체와 장비를 공급받는 것이 어려워진 중국은 반도체 국산화에 국가 자원을 총동원하는 거국 체제(举国体制)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1959년 핵폭탄을 개발해 주던 소련이 갑자기 철수하자 중국은 상해교통대 출신으로 MIT에서 석사, 칼텍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천재 과학자 첸쉐썬 박사의 지휘하에 거국 체제를 동원해 맨땅에 헤딩해서 1964년에 원자폭탄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반도체는 원자폭탄보다 만들기 어렵다. 반도체 소재, 장비, 생산, 조립에는 전 세계 10여 개 나라가 공급망에 참여해 있고 이 중 하나라도 문제가 되면 생산이 어렵기 때문이다. 반도체 공급망은 관리하는 것이지 소유하는 것이 아니다. 전 세계 어떤 나라도 반도체 공급망을 모두 소유한 나라는 없다

반도체의 원조 할매집 미국, 게으른 인텔이라는 아들이 못 미더워 한국과 대만을 금융, 외교로 유혹하고 압박해 양자(養子)로 들여 반도체의 가통을 잇는 프렌드쇼어링을 도모하고 있다. 그러나 피 한 방울 안 섞인 한국과 대만, 돈이 되면 가는 것이고 돈이 안 되면 파양하고 떠나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 반도체 공장의 환상,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 미국 반도체산업이 40년 전에 집 나간 이유가 있다. 365일 3교대를 돌려야 하는 반도체 공장은 지금 1인당 국민소득 3만3천 달러대의 한국에서도 어려운데 7만5천 달러대의 미국에서 원가를 맞추기는 더 어렵다.

역사적으로 첨단산업은 시발역과 종착역이 같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미국이 종착역에 간 반도체산업을 다시 시발점으로 돌리려는 노력은 패착이다. 예를 들면, 세미컨덕터를 넘어서는 신기술 슈퍼컨덕터를 만드는 것이 답이지 정거장 한참 지난 기차를 다시 역주행시키려면 엄청난 혼란과 비용이 든다.

지금 중국의 반도체 기술은 세계 1위 미국과 경쟁 상대가 될 수준이 아니다. 미국의 반도체 정책은 명분은 탈중국이지만 속내는 한국과 대만으로 넘어간 반도체 기술의 회수이다. 도저히 인텔 가지고는 안 되는 첨단기술을 한국은 보조금으로 유혹하고 대만은 외교적으로 압박해 미국에 공장을 짓게 하고 더 이상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에 오면 그다음 수순은 기술과 영업 기밀 공개다. 이미 작년 자동차 반도체 공급 부족 때 미 상무부가 한국을 포함한 주요 반도체 기업들에 영업 기밀에 해당되는 자료를 신고하라는 요구가 있었다

기술은 시장을 이기지 못한다. 공장은 보조금을 많이 주는 데 짓는 것이 아니라 시장 가까운 데 짓는 것이다. 정치공학적 접근이 아니라면 공장은 미국이 아니라 최대 소비시장인 중국에 지어야 하고, 중국에 공장을 짓기 어렵다면 한국에 첨단 반도체 공장 증설을 하는 것이 맞다.

미중의 반도체 전쟁 속에서 파운드리 세계 2위, 메모리 세계 1위인 한국의 '반도체 방패'는 적어도 3~6년은 안심이다. 그러나 미국, 일본, 대만, 중국 이제는 유럽까지 반도체육성법을 통과시켜 첨단 반도체 경쟁에 뛰어들었다. 미국도 여야가 항상 치고받지만 반도체지원법에는 여야가 없었다. 한국 정치도 정쟁은 나중에 하고 반도체법을 빨리 통과시키고 다른 나라와 비교해 부족하면 더 줘야 한국 반도체의 경쟁력이 산다.

3차 산업혁명 시대 지금은 스마트폰이지만 4차 산업혁명은 바퀴 달린 스마트폰, 전기차가 결정짓는다. 기흥과 이천 실리콘밸리는 스마트폰 생산지와는 가깝지만 자동차와는 멀다. 울산의 자동차단지와 가까운 과거 한국전자산업의 메카 구미를 파격적인 지원과 인프라 구축으로 바퀴 달린 스마트폰, 전기자동차용 실리콘밸리로 화끈하게 전환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최근 테슬라의 한국 공장 얘기가 나왔다. 우리 대구경북 입장에서는 테슬라 공장을 유치한다면 대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