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배터리·車부품 집적…대구경북이 기가팩토리 최적지

입력 2022-12-01 17:48:32 수정 2022-12-01 20:38:24

대경연, ‘테슬라 시티 계획안’서 경북 포항 최적지 판단
“테슬라 TK 오면 지역 경제계에 큰 힘”…“국내 지자체간 과열경쟁 경계” 목소리도

지난 2018년 대구국제미래자동차엑스포에 전시된 테슬라 전기차. 매일신문 DB
지난 2018년 대구국제미래자동차엑스포에 전시된 테슬라 전기차. 매일신문 DB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화상으로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를 접견한 뒤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경북이 뛰어난 투자 여건을 앞세워 테슬라 기가팩토리 유치 경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경북 포항을 중심으로 테슬라를 유치해야 한다는 중지(衆志)가 모이면서 전략 고도화 아이디어가 연이어 분출된다. 테슬라 유치로 대구경북은 물론 국내 자동차산업 생태계를 바꿀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대구경북이 기가팩토리 유치 적격지"

대구와 경북이 갖춘 전기차 핵심부품 공급 인프라는 '대구경북이 기가팩토리 유치 최적지'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차전지 등 전기차 시장 핵심인 소재·부품 업체도 대거 포진해 있다.

경북 포항의 이차전지 소재 생산기업 '포스코케미칼', '에코프로비엠', 배터리 제조사 'LG에너지솔루션', 구미 '삼성SDI' 등과 대구의 이차전지 기업 '엘앤에프(L&F)', '씨아이에스(CIS)', 전기차 모터팩 생산사 '경창산업', 배터리팩 공급사 '카펙발레오' 등이 대표적이다.

대구에서 테슬라에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는 모두 8곳으로 파악됐다. 특히 엘앤에프는 배터리 4대 소재 가운데 하나인 양극재 공급사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니켈 함량 90% 이상 양극재를 대량 생산할 수 있다.

국내 철강산업을 이끄는 포스코도 배터리 소재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포스코케미칼'은 그룹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가 지분 투자한 리튬, 니켈 광산에서 광물을 공급받아 가격 경쟁력을 높였다.

포항권은 경북 차 부품산업의 중심이라 할 수 있다. 경북도는 경산과 영천, 경주 등으로 이어지는 '자동차부품 산업벨트'를 중심으로 '미래 자동차 부품산업 클러스터' 조성을 준비하고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 부품 산업체를 미래 자동차 분야로 재편한다는 방침이다.

대구에도 달성군 테크노폴리스~국가산업단지 일대에 '모빌리티 모터특화단지'가 들어설 전망이다. 오는 2027년을 목표로 자동차, UAM(​도심항공교통) 등 이동체 핵심부품인 모터 등 관련 산업체가 집적한 클러스터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모빌리티 순환파크' 조성도 예정돼 있다. 2028년 달성 2차산단 폐기물처리시설 부지(8만1천175㎡)에 들어서 사용후 배터리·모터 등을 활용한 기술 개발과 산업화 등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테슬라 기업 유치 및 테슬라 시티 조성 계획안'을 작성한 대구경북연구원은 ▷배터리 ▷배터리 활용 자동차 ▷배터리 관련 R&D(연구개발) 등 세 가지 측면에서 분석한 결과 기가팩토리 유치지역으로 포항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배터리 규제자유특구가 지정돼 있고, 이차전지 기업과 자동차 부품기업이 가까이 모여 있는 점이 근거다. 해안 도시인만큼 경북 내에서도 입지상 자동차를 수출하기에 유리하다는 점을 강점으로 봤다.

더해서 경북도는 포스텍(POSTECH·포항공대) 등의 연구 역량을 기반으로 포항이 테슬라 연구기관 설립에 유리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장재호 대경연구원 총괄연구본부장은 "포항은 배터리 규제자유특구와 이차전지 관련 기업을 보유했다는 장점이 있다"라며 "향후 자동차 수출을 고려해 바다와 인접한 데다 관련 산업도 발달해 있는 지역을 생각하면 포항이 적절하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테슬라가 가져올 파급 효과는

테슬라가 지역에 올 경우 파급 효과는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기가팩토리 유치만으로 국내 최대 자동차 생산공장인 현대차 울산공장(연간 160만대 생산)을 뛰어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화상으로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를 접견한 뒤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약 130만대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되는 테슬라는 오는 2030년에는 연 2천만대까지 생산능력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중국 상하이에 이은 아시아 제2공장에서는 연간 150만~200만대를 생산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에 유치할 경우 단숨에 현대차 울산공장과 비슷하거나 더 많은 생산능력을 보유할 수 있다. 직간접적인 고용과 전후방 산업 연계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차그룹과의 수직계열 구조도 일부분 해소될 수 있다.

국내에는 5개 완성차 기업이 있지만, 사실상 현대차그룹이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대구경북 부품업체의 현대차 의존도도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다. 만약 테슬라 공장을 유치하면 지역 부품업체들은 현대차 의존도를 낮추고 납품처 다양화를 꾀할 수 있게 된다.

지역업계 관계자는 "세계 최대 전기차 기업이자 혁신의 대명사인 테슬라가 대구경북에 온다면 지역 경제계에 큰 힘이 될 것"이라며 "기업들의 자체적인 연구개발과 혁신도 자극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등도 유력한 유치 후보지로 거론되는 만큼 국내 지자체 간 경쟁이 너무 과열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노사 갈등과 고임금 등 단점도 뚜렷해 이를 극복할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