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책] 詩를 만나 용기를 얻다

입력 2022-12-01 11:07:29 수정 2022-12-03 08:05:51

윤동주를 읽다(전국국어교사모임/ 휴머니스트/ 2020)

새벽하늘의 영롱한 별들을 보니 지난밤 읽은 윤동주의 시집, 시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꼭 다문 입술과 우수에 젖은 눈빛이 쉬 잊힐 것 같지 않다. 바람같이 짧은 생을 살다 간 한국의 대표 시인이다. 곧고 굳은 의지와, 고고한 지조를 보여주었다. 일제강점기에 모진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죽음으로 맞서는 삶과 언어들이 완전한 혼연일체(渾然一體)를 이루었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윤동주는 1917년 북간도 명동촌에서 태어났다. 명동소학교를 졸업하고 1935년 평양 숭실중학교에 편입했고, 1936년에는 간도 연길에서 발행되던 '카톨릭소년'에 동시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연희전문학교 문과에 입학하지만, 가족들은 법대나 의대에 진학하기를 바랐다고 한다. 대학 시절 동시와 산문을 많이 발표하면서, 문학에 대한 열정을 안고 일본 유학을 준비한다.

유학을 가려면 창씨개명을 해야 했다. 식민지 국민의 설움이 사무치게 하는 것이었다. 유학을 가기 위해 하는 수 없이 '히라누마'로 개명한 후 참으로 괴로워했다. 일본으로 건너가 교토 도시샤 대학에 입학하는데, 이 학교는 정지용이 다닌 학교이기도 하다. 그러나 독립운동 혐의로 체포되어 1945년 2월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27세 나이로 해방을 불과 6개월 앞두고 요절한다.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143쪽)라는 구절을 읽으니, 내가 깊이 생각하지 않고 살던 부끄러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그의 시를 읽고 또박또박 필사해 본다. 하지만 나는 무엇을 부끄러워해야 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고민하지 않는 삶을 산 듯하고 그래서 많은 편견을 갖고 사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시집을 펼치고 있는 내가 크게 부끄러웠다. 윤동주의 시는 내게 부끄러움을 깨닫게 하고, 그 부끄러움을 말할 수 있는 용기까지 주었다.

윤동주의 시 '별똥 떨어진 데'를 본다. "어디로 가야 하느냐. 동이 어디냐. 남이 어디냐. 아차! 저 별이 번쩍 흐른다. 별똥 떨어진 데가 내가 갈 곳인가 보다."('정본 윤동주 전집' 152쪽) 별똥별도 꼭 떨어져야 할 곳에 떨어져야 하듯, 반듯한 삶의 길을 꿈꾸게 한다. 윤동주의 시, 힘들고 지친 어깨를 포근하게 감싸주는 위로와 함께, 나 보다 더 어렵게 산 삶의 시로 내게 용기를 준다. 끝까지 읽었지만 그래도 차마 덮을 수 없어 첫 페이지로 다시 돌아간다.

이금주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