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엽 문화경영 컨설턴트
한때 우리나라에는 동네마다 피아노 교습소가 여러 개 있었고 피아노를 배우려는 아이들로 넘쳐났었다. 피아노는 냉장고나 TV처럼 중산층의 살림을 대표하는 품목이기도 했다. 또 음악교육에 있어서 중심을 차지했던 악기였기에 나이 든 세대 중에는 초등학교 음악 시간에 종이로 된 건반으로 피아노를 배웠던 적이 있었을 것이다. 아직도 피아노는 아마추어들이 가장 선호하는 악기 중 하나다.
오늘날 피아노라 불리는 이 악기는 르네상스의 출발지였던 피렌체에서 최초로 만들어졌다. 기록에 의하면 르네상스 예술의 대표적인 후원자였던 메디치 가문의 악기를 관리하기 위해 고용되었던 크리스토포리가 1700년 경에 처음으로 피아노의 원형을 만들었다. 당시 건반을 누르면 반대편에 붙은 피크가 수직으로 현을 뜯는 방식의 하프시코드는 소리의 강약을 잘 조절할 수 없었는데, 그가 고안한 이 악기는 건반을 누르면 액션이라고 불리는 장치가 해머를 움직여 현을 때리도록 해 연주자가 소리의 강약을 잘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뉴욕메트로폴리탄박물관 자료에 의하면 시인이었던 마페이가 1711년에 강약을 잘 표현하는 특성을 따라 처음으로 이 악기를 '그라비쳄발로 콜 피아노 에 포르테(부드러운 소리와 큰 소리를 낼 수 있는 쳄발로)'라고 불렀다고 한다. 후에 이 이름은 피아노포르테(pianoforte)로 줄여졌고 오늘날 우리는 이를 간단히 '피아노(piano)'라 부른다. 이렇게 최초의 피아노가 만들어진 후 300여 년 동안 많은 피아노 제작자들의 노력으로 오늘날의 기능과 외양, 소리를 갖추고 '악기의 제왕'으로 불리게 됐다.
피아노가 악기의 제왕으로 불리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그중의 하나는 음역인데 피아노는 오케스트라의 저음 악기인 바순이 낼 수 있는 가장 낮은 음으로부터 고음 악기인 피콜로가 내는 가장 높은 음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악기의 음역을 낼 수 있다. 또한 독주악기, 반주악기로 동시에 이 두 가지를 다 할 수도 있으며, 소리의 강약과 더불어 다양한 음악적 표현을 할 수 있어 이런 칭호를 얻었을 것이다.
형태에 관해 이야기하자면, 그랜드 피아노와 업라이트 피아노가 가장 일반적인 형태다. 원래의 피아노는 현이 수평으로 걸려있는 그랜드 피아노(grand piano)형이었다. 우리가 가정에서 쉽게 보는 업라이트 피아노(upright piano)는 공간을 적게 차지하도록 만들려는 노력의 산물이다. 최초의 업라이트 피아노는 단순히 그랜드 피아노를 수직으로 세운 업라이트 그랜드 피아노였다. 사각형 형태의 업라이트 피아노는 영국의 라우드에 의해 1802년에 만들어졌으며, 이는 길이가 긴 저음의 현을 대각선으로 배치함으로써 가능했다.
그랜드 피아노의 액션(건반을 누르는 힘을 해머에 전달하여 현을 때리도록 하는 장치)은 작동에 있어서 업라이트 피아노의 것보다 빠르다. 업라이트 피아노의 해머는 중력과 직각으로 원호를 그리면서 움직이지만, 그랜드 피아노 해머는 중력의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랜드 피아노를 연주할 때는 업라이트 피아노를 연주할 때보다 반복되는 음표나 스타카토와 트릴을 더 민첩하고 세밀하게 연주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아는 피아노는 건반이 한 단이지만 특이하게 두 단으로 된 피아노도 만들어진 적이 있다. 주로 뵈젠도르퍼 피아노사(2008년 일본 야마하가 인수함)가 만들었으며 상단 건반은 76개이고 하단 건반은 88개의 표준건반이었다. 이 피아노는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처럼 두 손이 교차하는 부분이 나오는 피아노곡을 연주할 때 편리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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