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대통령의 도어스테핑 중단

입력 2022-11-21 19:57:45

석민 디지털논설실장
석민 디지털논설실장

도어스테핑(Doorstepping)의 원래 의미는 사전 약속 없이 특정인의 인터뷰나 사진·영상을 얻기 위한 기자(記者)들의 시도·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미리 약속하고 준비된 것이 아니어서, 주로 특정인의 집이나 사무실, 법정의 바깥 공공장소에서 이루어진다. 이 때문에 우리말로 '공공장소에서의 약식 기자회견'으로 번역되기도 한다. 약속된 인터뷰가 아닌 만큼 취재의 대상이 된 사람에게 '취재당해야 할 의무'가 주어지지 않는다. 사실 어떤 경우에도 '취재당할 의무'라는 것은 없다. "노 코멘트" 한마디 하고 사라져도 그만이다.

이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매일 아침 출근길에 이루어져 온 도어스테핑은 기자들에게 큰 축복이었다. 국가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으로부터 매일 생생한 이야기를 직접 들어볼 수 있는 나라는 우리가 유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만큼 윤석열 정부가 '국민과의 열린 소통'을 중요시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리스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윤 대통령의 출근길 도어스테핑 중단이 알려진 21일 페이스북에 "(도어스테핑은) 대통령의 국정 능력에 대한 자신감으로 시작한 것이지만 파이널 디시전(최종 결정)을 하는 대통령이 매일같이 결론을 미리 발표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때늦은 감은 있지만 참 잘한 결정이다. 대통령의 말씀은 태산같이 무거워야 한다"고 썼다.

홍 시장의 우려는 지난 18일 벌어졌다. 잇따른 '방송 조작' 논란을 일으킨 MBC의 대통령실 출입기자가 도어스테핑을 끝내고 집무실로 향하는 대통령에게 "뭘 악의적으로 했다는 거죠?"라며 고함을 치고, 홍보비서관과 말싸움까지 벌였다. 놀랍게도 MBC 기자는 슬리퍼를 신고 회견에 참가했다. 시·군·구 지자체나 기업의 기자실에서조차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가원수인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모르는 기자라는 비판마저 제기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행태로 볼 때, 대통령실 기자단은 자정 능력을 완전히 상실한 것처럼 보인다.

서글프고 한심스러운 대한민국 언론의 수준이다. '자유'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 책임 없는 자유는 방종(放縱)에 불과하다. 언론 자유 역시 마찬가지이다. 품위와 책임감을 갖춘 언론 자유만이 진정한 민주주의의 보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