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교수
처음에는 깜짝 놀랐다. "미국에선 대통령의 무능도 탄핵 사유"라는 조국 서울대 교수의 발언을 접하고서다. 지난 16일 유튜브 채널 '오마이뉴스TV' 대담 과정에서 조 교수가 그런 말을 한 것이다. 다음은 의구심이었다. 내가 아는 것과 다른데? 명색이 미국과 한국 헌법을 비교하는 논문도 쓰고 강의도 하는 사람으로서 틀린 발언이라고 생각했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조 교수가 어떤 인물인가. 대한민국 법학자 랭킹 1위라는 '매우 매우 강력한 자랑질'을 스스로 하는 분이다. 혹시라도 나의 무지 가능성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 탄핵이 최초로 출발한 미국에서는 대통령이 불법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무능하다면 탄핵 대상이 됩니다. 미국 대통령 탄핵 제도의 뿌리는 바로 소로의 말에서 나온 겁니다. 대표자가 폭정을 일삼는 것 외에 무능할 때도 물러나게 할 수 있다고 본 겁니다."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다. '미국에서는 대통령이 무능하다면 탄핵 대상이 된다'는 것 외에 다른 해석의 여지가 없는 말이다.
여러 교과서와 권위 있는 미국 헌법 주석서인 '헤리티지 가이드'(The Heritage Guide to the Constitution)는 물론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시민불복종'까지 다시 뒤지고 있던 차였다. 언론에 보도된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의 반박을 접한 것이다. "미국 헌법에는 반역, 뇌물, 중범죄와 경범죄로 한정해 탄핵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는 내용으로 내가 아는 그대로이다. 조(국) 교수가 근거로 든 소로의 주장 역시 미국 헌법 탄생 이후에 나와 법 제정에 영향을 줄 수 없었다고 한 조(기숙) 교수의 지적 역시 새삼 확인한 사실이었다. "거짓말이었다"는 시인은 불가능한 기대라는 걸 안다. 적어도 "사실과 다른 발언이었다"는 게 제대로 된 해명 아니었을까. "'폭정' 외 '무능'을 이유로 한 혁명을 주장한 소로가 대통령 탄핵 사유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라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며 변명으로 일관하는 조(국) 교수에 대해 안쓰러움마저 느끼게 된다. 조(기숙) 교수의 지적처럼 "발언은 신중하게 하되, 실수가 있으면 재빨리 바로잡고 사과하면 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대응조차 어려운 모양이다.
조(국) 교수는 2015년 2월 16일 페이스북에서 앞서 말한 전국 법학자 '랭킹 1위'라는 '강력한 자랑질'의 근거로 자신의 논문이 '피인용지수' 1위라는 점을 내세웠다. 이 또한 사실과 다르다. 한국연구재단이 집계한 '피인용 횟수'에서 1위인 사실을 '피인용지수'라는 말로 바꿔치기한 것이다. '피인용지수'(Impact Fator)는 어떤 학술지에 실린 논문이 다른 학술지들에서 인용된 빈도수를 재는 척도로, 학술지의 영향력을 나타낸다. '피인용지수'가 높은 학술지인 '네이처'나 '사이언스' 등에 논문이 실릴 경우 탁월한 학자로 인정해 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지표가 된다. '피인용 횟수'(Number of Citation)는 말 그대로 논문이 다른 학자들의 논문에서 몇 번 인용되었는지 계산한 결과일 뿐이다. 전혀 다른 두 용어의 차이를 몰랐다면 무지의 소산이지만, 알면서도 썼다면 교묘한 거짓말에 다름 아니다.
이번 '무능=탄핵'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발언의 의도야 뻔하다. "미국에서는 대통령의 무능도 탄핵 사유가 된다, 윤석열 정부는 무능하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무능한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식의 논쟁이 벌어지기를 바란 것이다. 개인적으로 조(국) 교수를 비난할 생각도 흥미도 없다. 문제는 일부 광적인 팬들은 어떤 궤변이라도 조 교수의 발언을 무턱대고 믿을 수 있다는 점이다. 물티슈로 그의 차를 정성스레 닦아주는 사람들을 두 눈으로 보지 않았는가. 이 글의 목적은 조 교수의 발언이 거짓임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한 것이다. "대통령, 부통령 그리고 미합중국의 모든 공무원은 반역죄, 뇌물수수죄 또는 그 밖의 중범죄 및 경범죄 등으로 탄핵이나 유죄 판결을 받으면 그 직에서 면직된다." 미국 연방헌법의 규정이다. 미국 헌법 조문은 물론 해석론 어디에도 무능을 언급한 사실은 없다. 탄핵을 얘기할 때 무능은 아니지만 '거짓말'이 탄핵 사유였다는 닉슨 대통령의 예를 드는 경우가 많다. 거짓말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정치적 탄핵은 아니지만 사회적 탄핵을 할 수는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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