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기업인!] 권태응 대영산업 대표 “끝까지 살아남는 자가 승자”

입력 2022-11-16 16:39:50 수정 2022-11-16 19:03:49

고교 중퇴 이후 20년 기술력 쌓아, 자본금 대비 매출 증가세 100배 이상
'한우물도 더 깊게 파자'...책임감 갖고 매일 고뇌하는 명품 CEO 될 것

권태응 대영산업 대표는 매일신문과 인터뷰에서
권태응 대영산업 대표는 매일신문과 인터뷰에서 "끝까지 살아남는 자가 최후의 승자"라고 했다. 강선일기자

"처음에는 부와 명예를 얻어야 성공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때로는 하루하루를 견디며 매출을 유지하고 사업을 유지하는 것이 훨씬 값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업과 직원을 지켜야 하는 사장의 최고 리더십이자 최우선 경영 과제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경북 영천시 화산면에 위치한 (주)대영산업은 상하수도 관거 자재를 생산·판매하는 연매출 40억~50억원대의 중소기업이다. 하지만 20년 업력에서 알 수 있듯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성장하며 대구경북은 물론 국내 업계에서도 제법 이름이 알려진 강소기업이다.

권태응(59) 대영산업 대표는 "사업가로서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나 역시 '끝까지 살아남는 자가 승자'라는 데 동의한다"며 "요즘 같은 불황기에는 생존하는 것만으로도 승리다. 살아남는 자가 더 큰 성공을 도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회사 집무실에서 권 대표를 만나 사업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영산업은 어떤 회사이고 성장 과정은?

▶2002년 폴리에틸렌 합성수지제 이중벽 하수관 및 제조장치를 실용신안 등록하면서 영천시 고경면에서 직원 2명과 함께 자본금 4천만원으로 유성케미칼이란 조그만 공장을 설립했다.

이후 생산시설 확장 및 공장 이전을 통해 2005년 대영산업으로 상호를 변경하고 현재 20여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우리 회사는 폴리에틸렌 관거 발전과 맥을 같이 해왔다.

건설경기 침체 등 수많은 우여곡절과 어려움 속에서도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기술혁신에 주력했다.

그 결과, 독자적 기술력과 안정적 생산 능력으로 국내 동종업계에서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고 전국 지자체를 비롯해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농어촌공사, 한국수자원공사 등 많은 납품처를 두면서 나름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허 및 실용신안 10건, 품질인증 및 인허가 16건 등의 제품 기술력을 인정받은 때문인지 2007년부터 골프산업이 활성화되면서 납품처가 크게 늘어나 본격적 매출 성장세가 시작했다. 지난해 매출이 40억원을 넘었으니 20년 만에 자본금 대비 매출 증가세가 100배 이상이 됐다.

-경북 봉화 출신인데 영천에서 창업하게 된 계기와 그간 경영상 어려움은?

▶흔한 얘기일 수도 있지만 나 역시 어릴 적 극심한 가난에 시달렸다. 그래서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무작정 서울로 상경해 처음 일하게 된 업체가 상하수도 관거 공장이었다.

이후 서울과 수도권 업체에서만 생산 및 기술직으로 20년을 근무하며 나만의 기술 노하우를 열심히 익혔다.

그러다가 '기술력만 있으면 창업도 할 수 있겠다'는 욕심이 생겨 알고 지내던 지인 2명과 제2의 고향으로 둥지를 튼 영천에서 창업하게 됐다. 당시에는 관련 생산기술이 나름대로 난이도 있는 기술이어서 쉽게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창업 초기부터 착각이었다는 것이 피부로 직접 다가왔다.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본격적 매출 발생, 즉 사업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자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역설적일 수도 있겠지만 좋은 제품을 만들어 내더라도 이를 판매할 수 있는 영업력과 경영 노하우가 없는 상태에서 기술력만으로는 지속적 사업 영위를 할 수 없다는 높은 현실의 벽을 체감하게 됐다.

그래서 '사업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한번 깨달았다. 이를 계기로 영업력을 갖춘 임원을 영입하고 공장 현장에서 기술 노하우를 더욱 쌓으면 '한우물도 더 깊게 파자'는 다짐을 되새기게 됐다.

-자신만의 소신이나 경영철학은?

▶최근 모 기업 연구소에서 내놓은 '명품 CEO가 갖춰야 할 8가지 조건'이란 보고서를 읽었다.

미래를 한 발 앞서 예측해 사전에 대비하는 선견지명을 갖추고, 창의성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좋은 사람을 채용하고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는 대담하면서도 세심한 용병술 등을 갖춰야 한다는 내용이다.

또 상대에 대한 배려와 칭찬, 겸손의 3박자로 깊은 신뢰와 존경심을 우러나게 만드는 인간미, 정직한 품성과 도덕성을 갖춘 경영인이야 말로 직원들의 본보기가 되고 장기적으로 성장 발전하는 기업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나 자신을 뒤돌아보고 회사의 생존 전략을 되새기며 사업과 직원을 지키기 위한 내공을 쌓아가는 명품 CEO가 되도록 마음가짐을 새로이 다지고 있다.

권태응 대영산업 대표가 자사 제품 생산 공정을 설명하고 있다. 강선일기자
권태응 대영산업 대표가 자사 제품 생산 공정을 설명하고 있다. 강선일기자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경제 위기가 닥쳐오는데 대응방안은?

▶회사를 직접 경영해 보니 '항상 어렵다'는 기업인들의 말이 단순한 너스레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전하고 싶다.

올해 들어서만 생산 제품 원자재 가격이 20~30% 이상 올랐다. 하지만 단가 반영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금융 문턱은 더욱 높아졌다.

여기에다 힘들고(Difficult), 더럽고(Dirty), 위험한(Dangerous) 3D 업종이다 보니 근로자 수급에도 애로사항이 많다.

현재 경북지역에만 조달 등록된 동종 업체가 17개 이상이 된다. 업체마다 어려움이 가중되는 것으로 안다. 그래서 '살아남는 자가 최후의 승자'라는 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결국에는 기술력을 토대로 고객 기대와 요구를 만족시켜 줄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길이 최선의 방안이라 생각한다.

우리 회사는 수년 전부터 매출액 일정 부분을 R&D 비용으로 편성해 꾸준하게 신제품을 개발해왔고 2년 전부터는 시설 투자도 매년 하고 있다.

때문에 차근차근 한 단계씩 밟아간다는 마음을 갖고 닥쳐오는 위기를 돌파해 나가려고 한다.

-사회공헌 활동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많이 배우지 못한 영향인가 장학사업에 유난히 관심이 갔다. 2008년 영천시장학회가 설립된 이후부터 매년 기부한 장학금이 8천400만원을 넘어섰다.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을 수도 있겠지만 여력이 되는 한 장학금 기부를 하고 싶다.

또 활발한 성격 탓인지 체육활동에도 관심이 커 영천시체육회 부회장직을 맡으며 지역 우수 선수 및 지도자 발굴과 육성에 앞장서고 있다.

권태응 대영산업 대표는 매일신문과 인터뷰에서
권태응 대영산업 대표는 매일신문과 인터뷰에서 "재무적 가치를 높이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투명하고 모범적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강선일기자

-앞으로의 회사 경영방침 및 직원과의 관계 설정은?

▶회사 대표는 사업의 생존과 직원을 지키며 이를 탄탄하게 유지하는 조직 문화와 시스템을 갖추도록 책임감을 갖고 매일 고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홉 번 승승장구해도 한 번의 고비를 넘기지 못하면 그 자리에서 끝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라톤 완주를 위해 페이스를 조절해야 하는 것처럼 사업도 오래 살아남으려면 긴 호흡이 필요하다.

직원들의 어려움이 없어야 회사도 살아남을 수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 직원들 월급을 밀린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또 회사와 함께 호흡하는 '장인정신'을 심어주려 한다. 불량품 제로(0)인 제품을 만들고 직원들 스스로 이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공존하며, 화합하며, 서로 나누는 회사를 만들어 갈 것이다.

재무적 가치를 높이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투명하고 모범적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