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이태원 참사 사망자를 떠나보내며

입력 2022-11-15 14:30:12 수정 2022-11-15 16:50:27

사회부 김세연 기자

사회부김세연기자
사회부김세연기자

"안녕하세요, 기자님. 저희는 영원한 이별을 맞이했지만, 우리 가족 애사를 현장에서 담담하게 취재해 주신 데 감사드립니다."

2022년 10월 29일 밤 발생한 이태원 참사는 159명의 목숨을 앗아가며 전 국민을 슬픔에 빠지게 했다. 대구에서도 이태원 참사로 인해 목숨을 잃은 희생자 2명의 빈소가 마련됐다. 지난달 31일 오후 희생자의 시신이 계명대 동산병원 백합원 장례식장과 동구 대구전문장례식장에 각각 안치된 직후 꼬박 3일을 장례식장에 출석했다. 고인의 발인까지 지켜보며 취재를 마친 후 게재된 기사 댓글에 한 희생자의 유족이 남긴 댓글을 보고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지난 7월 7명의 사망자를 낸 '범어동 변호사 사무실 방화 사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희생자의 장례식장을 찾았다. 장례 예식은 삶이 죽음에 공식적으로 인사를 나눌 수 있는 마지막 자리지만, 때로는 이마저도 허락되지 않는 순간이 있다는 걸 실감했다. 갑작스럽게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게 된 참사 희생자들의 빈소는 자연사를 맞이한 다른 빈소와는 확연하게 분위기가 달랐다. 빈소를 찾은 조문객의 무거운 침묵과 대비되는 유가족들의 통곡 소리가 빈소 밖 복도까지 들렸다.

빈소 취재 현장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감히 가늠할 수도 없는 슬픔에 빠진 희생자의 유족과 지인들을 인터뷰하는 것이었다.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 당시 상황, 희생자와의 생전 기억, 지금의 심정 등은 이제 유족만이 알려줄 수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다시 한번 상처를 건드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에 장례식장 앞에서 선뜻 들어갈 수 없었다.

빈소 밖으로 나온 유족에게 조심스레 말을 건네 보고 취재를 한 후에도 인터뷰 내용을 글로 쓰기가 쉽지 않았다. 유족의 입으로 전해 들은 생생한 희생자의 생전 모습과, 사고 당시의 상황은 한동안 뇌리에 박혀 쉽사리 벗어나기 힘들었다. 기사가 보도된 후 유족들에게 또 다른 피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

최근 유족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매체에 대해 "2차 가해"라며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명단을 공개한 매체 측은 위패나 영정 없이 국화 꽃다발만 늘어놓는 합동분향소보다 최소한의 이름을 공개하는 것이 진정한 애도와 책임 규명에 기여하는 길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사진 등 다른 인적 사항은 일절 공개히지 않았지만, 유족들의 마음을 세심하게 살피지 못한 탓에 경찰 고발 위기에까지 처하게 됐다.

빈소에서 만난 유족들과 지인들 대부분은 그들의 신상에 대해 언급하기를 꺼려 했다. 세상에 참사 당사자라고 공개되는 것은 희생자가 된 가족을 보내는 슬픔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게 한다고 여겼다.

참사 이후 유족들의 상처는 여전한데, 추모자들의 신상 공개를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거나 이번 참사의 책임 소재를 묻는 것에 급급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범어동 변호사 사무실 방화 사건과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빈소를 잇따라 취재하면서 희생자의 유족과 가까운 지인들과 나눈 많은 이야기 중 어떤 정보를 기록하고 알려야 할지를 깊게 고민하게 됐다. 언론의 역할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진상 규명 등 잘잘못을 가리기에 앞서 누군가의 가족이고, 친구였을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와 애도가 최우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