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 교수
윤석열 정부 출범 후 6개월이 지났다. '전사불망 후사지사'(前事不忘 後事之師), 즉 과거를 반성해 미래의 스승으로 삼자는 시각에서 윤석열 정부의 6개월을 뒤돌아보자.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은 불과 0.73%포인트라는 헌정 사상 가장 근소한 차이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대선 과정에서 정치 초보 윤석열의 가장 큰 위기는 자신이 속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이었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일약 야당 대표에 당선되어 스타 정치인 반열에 오른 이준석은 자신을 제갈공명에 비유할 정도로 재주가 많았지만, 동시에 소년등과(少年登科)한 사람으로서 가장 경계해야 할 오만과 독선의 화신이었다. 후보 윤석열의 이익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는 이준석과의 관계는 집권 후에도 계속되어 결국 '내부 총질이나 하는 대표'라는 표현으로 폭발해 집권 6개월의 절반을 허비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새 정부 청사진을 만드는 중차대한 활동이다. 윤석열 당선자는 이 시기를 문재인 대통령 측과의 신경전으로 사실상 허비하고 말았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위한 예산 배정도 거부당했고, 임기 마지막까지 인사권을 행사해 자리를 챙기려는 문재인 대통령 측과의 갈등도 컸다. 캠프 인사들의 전횡과 갈등, 김건희 여사와 건진법사 이야기 등도 국민의 우려를 자아내곤 했는데, 결국 얼마 전 용산의 대통령실 직원의 상당수가 교체된 이유가 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사에는 대선 과정에서 강조된 '공정과 상식'이라는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자유'라는 단어가 새롭게 등장했다.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을 통한 행복 추구를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 핵심으로 강조한 것이지만, 물가와 경제난에 시달리는 국민에게는 그 의미가 쉽게 다가오지 않는 사치스러운 말장난으로 비쳤다.
26년간 검사로 살아온 대통령이 법조인, 특히 검사 출신들을 대거 등용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국민의 눈에는 인사가 만사(萬事)인데 망사(亡事)가 되어가는 것으로 보였다. 일부 장관급 인사 실패로 결국 6개월이 다 되어서야 간신히 내각을 완성한 것도 역대 정부보다 너무 늦은 출발이었다. 늦은 출발이니만큼 부지런히 국민을 안심시키고 신뢰를 얻어야 하는데, 이태원 참사에서 보듯이 필요할 때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언행은 대통령의 어깨를 짓눌렀다. 가벼운 말투와 눈살 찌푸려지는 행동은 공든 탑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렸고, 최근 진행되고 있는 공기업과 공공기관 인사에 전문성 없는 정치권 인사들이 대거 자리를 차지하는 것도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갉아먹는다.
사법 리스크가 큰 이재명 대표의 등장으로 국회 3분의 2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과의 협치는 그림의 떡이 되었다. 이 대표 의혹은 정치 탄압, 야당 탄압과 상관없는 개인 범죄이고, 문재인 정부의 검찰이 수사하지 않고 깔아뭉개고 있었기에 정권이 바뀐 지금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제대로 국민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6개월, 북한은 사상 유례없는 잦은 도발로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금까지 세 차례에 걸쳐 해외 순방길에 올랐고 그 나름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성과를 덮는 일이 발생했다. 나토 정상회담 때는 민간인들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 논란이 있었고,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 장례식 참석과 유엔 외교에서는 이동 시간으로 인해 입관 전 조문과 대통령의 막말 및 MBC의 자막 조작 사건, 그리고 이번 아세안 순방에서는 MBC 기자 탑승 불허 논란이 있었다. 의도와 상관없이 논란이 일어난 것 자체가 국민을 충분히 이해시키지 못한 것이다.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낮은 상태에 머무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임기 6개월을 지나는 시점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정치적 소통'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출근길 인터뷰를 시도한 최초의 대통령으로서 기자들이나 국민과의 솔직한 대화를 가장 강조하는 윤 대통령이 정치적 소통의 문제를 겪는 이유는 국민의 눈높이와 다르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내 입장에서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스스로 자신에게 엄격하고 원칙에 충실해야만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신뢰를 받지 못한 대통령이 아무리 달콤하고 그럴듯한 말로 설득하려 해도 그를 믿어줄 국민은 없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지난 6개월의 통치 기간에서 윤 대통령이 깨달아야 할 가장 중요한 교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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