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새책] 왕PD의 토크멘터리 조선왕조실록 2

입력 2022-11-10 10:12:41 수정 2022-11-12 07:04:37

왕현철 지음/ 스마트 북스 펴냄

경복궁 근정전 전경.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경복궁 근정전 전경.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사관의 직책은 중요하다. 사실에 근거해서 한결같이 기록한다면 천년 후에도 역사는 없어지지 않는다."('성종실록', 재위 11년 1월 18일)

'조선왕조실록'은 조선을 대표하는 기록물이다. 조선엔 임금의 말이나 행동, 신하들과의 정사를 기록하는 사관과 주서라는 직책이 있었다. 조선왕조실록은 사관이 기록한 사초를 기초로, 춘추관에서 기록한 '시정기', '등록' 등을 모아 왕의 사후 '실록청'을 설치해 편찬한다. 당대 왕은 자신의 기록을 볼 수 없었다. 사관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못하면 사실(史實)이 왜곡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세조실록'을 편수하기 위해 사초를 거둬들였던 예종 1년의 일이다. 사초에 사관의 이름을 쓰게 하자, 이미 제출된 사초를 다시 빼내 고치는 일이 벌어졌다. 봉사첨정 민수는 '양성지는 구차하게 아부한다'는 등 대신을 비판하는 내용을 많이 기록했다. 양성지는 춘추관의 당상관이자 '세조실록'의 편수관이 된 이로, 사초의 내용을 볼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민수는 양성지가 그 내용을 볼까 두려워 한때 동료였던 기사관 강치성에게 부탁해 사초를 빼낸 뒤 구차하게 아부한다는 뜻의 '구용'이란 글자를 지우고 몇 군데를 더 고쳤다. 그런데 수정한 사실이 알려졌다.

강치성은 동료의 부탁으로 사초를 빼내준 것만으로 참형에 처해졌다. 사초를 고친 민수도 참형에 처하는 것이 마땅했으나, 예종의 세자시절 공부 스승이었고 부모가 살아계시는 외아들임을 눈물로 호소해 사형은 면할 수 있었다. 이처럼 사초를 고치는 것은 목숨과 바꾸는 일이었고, 사초를 기록하는 것도 이와 비슷했다.

다큐멘터리 또한 사적인 감정이나 선입관을 빼고 철저한 사실을 근거로 객관적 시각을 전달하는 것이 생명이다. 이 책의 지은이 또한 다큐멘터리 PD 출신이다. KBS 재직 시절 'KBS 스페셜', 'TV 조선왕조실록' 등 많은 역사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퇴직 후 그는 4만770만 자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조선왕조실록 완독에 도전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지은이의 조선왕조실록 시리즈 2번째 책이다.

책은 예종부터 성종, 연산군, 중종까지를 다룬다. 교과서 같은 역사 이야기가 아니라, 조선왕조실록 속 왕과 신하, 백성이 일궈낸 드라마틱한 역사를 현장감 있고 흥미롭게 전달한다는 점이 이 책의 미덕이다. 328쪽, 1만7천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