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오해

입력 2022-12-28 01:12:52 수정 2022-12-28 17:47:55

한경수 이전한방연구회 대표(한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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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가까이 한의학 학습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다. 한문 용어 때문에 어려운 한의학 지식을 일반인들에게 쉽게 풀어 설명하려는 차원이다.

건강기능식품 광고 등을 통해 한약재에 대한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라 한의학 전공자 사이에서 "전 국민이 한의사이다"라는 말이 나돈다. 하지만 주 1회 2시간씩 기초반 학습을 진행하다 보면 사람들이 갖고 있는 한의학에 대한 이해 부족을 체감한다. 대표적인 것이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부분이다.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수요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보도에 의하면 2020년 우리나라 건강기능식품 판매액은 5조 원을 넘었고, 그중 홍삼 제품이 약 27%를 점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제3조에서는 '건강기능식품이란 인체에 유용한 기능성을 가진 원료나 성분을 사용하여 제조(가공 포함)한 식품을 말한다. 기능성이란 인체의 구조 및 기능에 대하여 영양소를 조절하거나 생리학적 작용 등과 같은 보건 용도에 유용한 효과를 얻는 것을 말한다'고 정의한다.

기능성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뉘는데, 질병 발생 감소 기능, 생리활성 기능, 영양소 기능 등이다. 즉, 약품이 아닌 식품으로서 인체에 어떤 기능을 하는 것을 말한다. 건강기능식품으로 등록하려면 식약처장이 인정하는 기능성 원료가 식품에 포함돼야 한다.

기능성 원료는 식약처장이 인정한 원료로서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고시된 원료 100여 종, 개별 인정 원료 300여 종이 있다. 이를 기능별로 나누면 30여 가지로, 예를 들면 간 건강, 혈행 개선 등이 그것이다.

예를 들어 혈행 개선의 기능성이 인정된 홍삼은 혈행 개선 등 생리활성 기능을 인정받고 '면역력 증진·피로 개선·혈소판 응집 억제를 통한 혈액 흐름, 기억력 개선, 항산화·갱년기 여성의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음'으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유의해야 할 것은 기능성의 내용이다. 문구 마지막에 들어 있는 '도움을 줄 수 있음'이 그것이다. 면역력을 증강시킨다가 아니라 증강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면역력을 의학적으로 제대로 증강시키려면 식품이 아닌 약을 통해서 가능하다.

그런데 마치 홍삼을 면역력을 증강시키는 약으로 오해할 수 있다. 만약 홍삼이 면역력를 증강시키는 약으로 사용되려면 한의약의 방제 원리에 따라 그리고 환자의 증상에 따라, 다른 약재를 추가 처방하게 된다. 홍삼만으로도 적당량을 먹으면 면역력 증강에 도움을 줄 수 있겠지만 약으로서 큰 효능을 제대로 발휘하기는 어렵다.

건강기능식품을 제조, 판매하고 있는 사업자로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이 하나 더 있다. 예로부터 '좋은 약은 입에 쓰다'(良藥苦口)고 했다. 상당수의 한약재는 쓴맛이 나는데 쓴맛은 일정한 효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달달한 것을 좋아하다 보니 건강기능식품도 점점 달게 만드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다. 요즘 음식도 단맛이 점점 심해지는데 단맛을 지나치게 복용하면 몸에 열을 발생시키고, 피부병, 고지혈, 고혈압, 당뇨 등을 유발시키기 때문에 단맛 복용을 줄여야 한다.

건강기능식품은 문자 그대로 기능성을 가진 식품으로서 해당 기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도이지 치료 기능이 있는 약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하고, 과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한약재를 통해 질병을 치료하려면 상업광고나 SNS에 무분별하게 나도는 정보에 의존하기보다 한의원을 방문하여 한의사에게 상담하고 제대로 된 처방을 받는 것이 질병을 키우지 않고 경제적으로도 유리하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