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수완박’으로 검찰이 이태원 참사 수사 못 하는 기막힌 현실

156명의 희생자를 낸 이태원 참사로 더불어민주당이 국민 대다수의 반대를 무시하며 강행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허점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 5월 민주당이 검수완박 법안(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검찰의 수사 대상이 대형 참사를 포함해 6대 범죄에서 경제·부패로 줄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경찰 수사에 대한 검찰의 수사 지휘권도 폐지됐다.

이에 대한 우려는 이미 여러 차례 제기됐다. 지난해 4월 검수완박법 국회 논의 당시 예세민 대검 기조부장은 "대형 참사가 (수사 범위에서) 제외된다면 합동수사 방식(의 수사 등)이 불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원석 검찰총장도 지난 4월 언론 기고문을 통해 "(대형 참사에 대한) 현장 검증 등 초동 수사를 못 하고 경찰에서 넘겨받은 혐의 이외에 '여죄 수사'도 못 하게 만들어 책임자 처벌이 어려워졌다"고 검수완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현실은 그대로 됐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2일 "검찰이 경찰의 범죄 자체를 수사할 수 있게 돼 있지만 이 사안은 여러 원인이 결합된 참사이고 범위가 넓기 때문에 현재 수사 개시 규정으로는 검찰이 직접 수사하는 건 한계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대검 측도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없어 단독이든 합동이든 (수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경찰은 특별수사본부를 꾸려 서울경찰청, 서울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서울소방재난안전본부, 서울교통공사 등 8곳을 압수수색하는 등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와도 신뢰를 얻기 어렵다. '셀프 수사'라는 근본적 한계를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검수완박은 문재인 정권 범죄 행위 수사 원천 봉쇄를 위해 전 국민의 범죄 피해 구제를 틀어막은 '정치적 폭거'라는 의심을 피하지 못한다. 그 의심은 검찰이 이태원 참사를 수사하지 못하는 기막힌 현실로 입증이 되고 있다. 그 의심이 억울하다면 민주당은 검수완박법을 폐기하라. 절대다수 의석이니 마음만 먹으면 당장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