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 오래 안해 대처 어려워 배테랑 반장 함께있어 희망"
가족들 "구조 좀 더 힘내주길"
경북 봉화 아연 광산 실종자 가운데 보조 작업자 박모(56) 씨가 취업한 지 4일 만에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3일 광산 매몰사고 현장에서 매일신문 기자와 만난 박 씨의 매형은 "최근까지 서울에 살고 있는 줄 알았다. 취업한지 4일 밖에 안됐는데 사고를 당해 황망하다"고 했다.
그는 "처남이 결혼을 안 해서 직계가족도 없다. 연락을 받고 나하고 누나, 조카들이 구조 현장에 찾아 와 지키고 있다. 꼭 살아 돌아와야 될 텐데"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박 씨 매형은 "처남이 광산에서 오래 근무한 사람이 아니어서 어둠을 버티기가 어려울 것 같다"며 "사고 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도 잘 모를 것이다. 다행히 함께 실종된 분이 오래 근무한 사람이어서 희망을 가지고 있다. 제발 살아만 돌아와 달라"고 눈시울을 훔쳤다.
실종된 작업반장 박 씨(62)의 부인과 가족들은 사고 직후부터 구조 현장을 지키고 있다. "빨리 구조해 달라"고 항의도 해보고 이철우 경북도지사를 붙잡고 "대통령도 빨리 구조하라는데 왜 못 구하나"라고 울부짖기도 했다.
작업반장 박 씨의 아들은 "아버지는 광산업체 직원으로 25년간 일했고 광부로는 12년째 일하고 계신 베테랑이다"며 "일 하시면서 매몰사고 등을 많이 보고 들은 게 있어서 늘 대비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구조에 희망을 잃지 않았다.
또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에 거주하면서 주말에만 집에 계셨다. 다른 아버지들처럼 무뚝뚝하셨지만 책임감 강한 아버지셨다. 그래서 가족을 위해 힘 닫는 데까지 이 일을 하셨던 것 같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런 가운데 실패를 거듭하던 생존 확인용 시추작업이 광산 매몰사고 8일째인 3일 성공하면서 내시경을 통한 생존자 확인작업이 진행된다는 희망적인 소식이 전해져 실종자 가족들을 실낱같은 기대를 하고 있다.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5시쯤 지름 76㎜ 천공기(3호공)가 목표 지점인 지하 170m 깊이에서 도달했고 오전 7시 13분쯤부터 갱도 내부를 내시경을 투입, 생존 여부를 탐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오전 7시쯤 지름 76㎜ 천공기(4호공)가 추가로 시추 작업에 성공, 갱도 내부 확인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구조당국은 시추가 성공한 3·4호공을 통해 미음과 기초약품키트(식염포도당, 종합진통, 해열제, 간이보온덮개) 등을 투입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구조도 힘들지만 안에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겠느냐. 캄캄한 어둠 속에서 구조만을 기다리고 있는 실종자들을 생각해서 구조 작업에 조금만 더 힘을 내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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