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국에 또…' 이재명·野 지지자 대규모 집회 추진

입력 2022-11-02 14:03:23 수정 2022-11-02 21:41:46

재난의 정치화 재발 우려 및 안전 사고 공포감 되살아나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568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집회 옆에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연합뉴스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568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집회 옆에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에도 불구하고 일부 야권 성향 지지자들이 대규모 인파가 모이는 주말 집회를 추진하고 있어 안전사고 우려는 물론 추모 분위기를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더욱이 이들 집회는 희생자 애도를 위해 일찌감치 주말 모임을 취소한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노총)이나 중고생들과는 극명하게 대조를 이루는 것이어서 '일부 정치세력 집단이 서민과 학생들만도 못하다'는 비아냥까지 들을 처지에 놓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지자들 모임인 '이심민심'과 민주당 비례 위성정당 대표 등이 이끄는 '촛불행동'은 5일 이태원 참사 추모를 빌미로 서울시청 인근에서 집회를 개최한다.

'이심민심'은 별도의 집회 안내문을 통해 "(이태원 참사는)정치의 부재, 정치의 책임"이라며 "제대로 책임을 묻지 않고 어떻게 가족을 떠나보내느냐"고 밝혔다. 차량 대절 안내와 1만5천원에서 3만원에 달하는 각 지역별 왕복 요금표를 명시하는 한편 '5일 오후 5시 시청역 부근 세종대로 집결'이라는 문구도 기재했다.

조국백서 저자와 20대 총선 민주당 비례 위성정당의 대표 등이 이끄는 '촛불행동'도 이번 주말(5일), 이태원 참사 추모를 내건 집회를 연다. 이 단체는 지금까지 대통령 퇴진 등을 요구해왔다.

촛불행동은 지난 31일 촛불집회 유튜브 채널 '촛불전진'에 올린 공지를 통해 "5일로 예정됐던 촛불행동 13차 집회를 '이태원 참사 추모 촛불 집회'로 진행한다"며 "장소는 광화문 광장을 사용하기 위해 서울시에 요청해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확정되면 추후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전국 노동자대회를 기획하던 한노총과 '윤석열 퇴진 중고생 촛불집회'를 예고했던 촛불중고생시민연대(아래 중고생연대)는 집회를 연기하거나 취소했다.

한국노총에 따르면 김동명 위원장은 지난 31일 간부회의에서 "믿을 수 없는 참사가 일어났다"며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유족들의 슬픔을 함께하는 의미로 5일 전국노동자대회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중고생연대도 "핼로윈 참사 추모의 뜻에 함께하기 위해서 5일로 예정된 중고생 촛불집회를 일주일 연기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태원 참사 추모를 위해 반정부 성향의 노동자들과 학생들도 주말 집회를 취소하는데 특정 정치인과 정치집단 지지자들만 '위험한' 집회를 강행하겠다는 셈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집회 강행을 비판하는 것 자체도 또다른 정치 행위로 비춰질 수 있어 일체의 대응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금은 사고 수습과 재발 방지를 위한 묘안을 놓고 머리를 맞대야 할 때"라며 "군중심리를 활용해 비극적인 참사를 또다시 정치의 장으로 끌어 들이려는 행동에 대해서는 국민들께서 직접 평가해 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측 관계자도 "대규모 인파 때문에 발생한 사고를 추모하기 위해 대규모 인파를 동원해 집회를 갖겠다는 모순적"이라며 "사고 수습과 조사를 위해 대규모 인력이 투입되고 있는데 주말 집회에 또다시 대규모 경찰 인력이 동원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걱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