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무능·비리 터져도 "중립 훼손" 독립성만 앞세우다 개혁 놓쳐

입력 2026-06-14 18:08:36 수정 2026-06-14 19:16:55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민주당 안일한 대처 한몫…선관위 부실 반복에도 정치권 '메스' 못 대
소쿠리 투표 당시 노정희 선관위원장 사퇴 반대
채용비리 사태 당시 선관위원장 현안 질의 출석도 '전례 없다'며 막아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도 "개표 중단 등 요구, 일고의 가치도 없어"

6·3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들여다보고 있는 검경 합동수사본부 관계자들이 11일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을 들고 건물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6·3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들여다보고 있는 검경 합동수사본부 관계자들이 11일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을 들고 건물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선거관리위원회가 반복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투표용지 부족, 개표 결과 오입력 등 치명적인 과오를 반복한 데는 정치권의 안일한 대처가 한몫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소쿠리 투표'나 '채용 비리' 같은 대형 악재 속에서도 때때로 선관위 입장을 대변, 적극적인 개혁에 나서지 않은 더불어민주당에도 책임 소재가 있다는 지적이다.

선관위의 무사안일주의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은 2022년 '소쿠리 투표' 사태가 결정적이었다. 코로나19 확진자 및 격리자 사전 투표용지를 종이박스 등 부적절한 용구로 나르면서 논란을 빚은 사태는 김세환 당시 사무총장의 사퇴로 이어졌다.

소쿠리 투표 사태 당시 야당이던 국민의힘은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선관위의 책임을 무겁게 물을 것을 촉구했다. 반면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은 "중앙선관위 업무를 마비시키는 처사"라며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는 행위는 중단돼야 한다"고 엄호했다. 민주당은 '선거 부실' 문제를 다루는 국회 행안위 회의도 열지 않기로 했는데, 이를 두고 국민의힘 측에서는"민주당이 노 위원장에게 '사퇴하지 마라'고 공개적으로 지시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노 전 위원장은 그해 4월 18일 사의를 밝혔는데, 6·1 지방선거가 70여 일 남은 상황에서 민주당 정권이 임명한 노 위원장 체제를 유지하려 선관위에 대한 개혁 동력을 약화시키고 수습 논의의 초점을 분산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비판을 낳았다.

2025년 선관위에 대한 채용비리 감사 결과와 함께 선관위의 대국민 사과가 나왔을 때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그해 3월 선관위원 인선 과정에서 선관위 채용비리 관련 현안질의를 열고 노태악 당시 선관위원장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출석을 주장했으나 민주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선관위원장이 국정감사가 아닌 상임위 현안 질의 출석 관례가 없다'거나, '경찰청 소방청 등 친윤 보은인사 의혹 현안 질의도 열어야 한다'며 맞선 것이다.

올해 6·3 지방선거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빚어진 직후의 반응 역시 초유의 참정권 침해 사태와 선관위의 대한 민주당의 안일한 인식을 다시 한번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지도부가 "즉시 개표 중단 및 진상 파악"을 주문하고 나섰으나, 조승래 민주당 사무총장은 "개표 중단 및 재투표 요구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