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클럽 대표들과 의기투합, 지역밴드·가수 예술단체 창설
해마다 인디 연합 공연 활성화
후배 장기하와 음악인 삶 약속…청년에 작은 물꼬 틔우기 위해 정치 뛰어들어 의원 활동까지
지난달 28, 29일 대구 남구 대명동 라이브 클럽이 들썩였다. 클럽 헤비와 레드제플린, 슈퍼스테이지 등 3곳에서 인디뮤지션 13개 팀의 공연이 이어졌다. '2022 대구 라이브 클럽데이'(이하 대라클)가 열린 날이었다. 대라클은 지역 인디뮤지션의 자생력을 높이고 클럽공연을 활성화시킨다는 취지로 대구밴드뮤지션네트워크가 매년 열고 있는 행사다.
대구밴드뮤지션네트워크는 대구의 밴드·뮤지션 연합 예술단체다. 그 중심엔 제8대 대구 남구의회 의원을 지낸 정연우(44) 대표가 있다. 그가 라이브 클럽을 운영하며 음악활동을 하던 2013년, 동료 라이브 클럽 대표들과 의기투합해 시작한 게 대라클의 출발이었다.
"대구는 서울 제외하면 밴드문화의 중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수많은 뮤지션이 대구에서 창작과 연주활동을 합니다. 이런 모습을 대중에게 알리며 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고 싶었습니다."
그는 서울대 사회학과 97학번이다. 가수 장기하가 같은 과 후배다. 그에게 서울 생활은 행복하지 않았다. 방황하다보니 학기는 모두 마쳤지만 졸업은 못했다. 학기를 마친 그는 2004년부터 대구와 서울을 오가며 방황하다 2008년쯤 대구에 정착했다.
"복학 후 장기하를 만나 친하게 지내던 2000년대 초반 둘이 함께 나눴던 얘기가 있습니다. '인간은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하며 살아야 한다. 그건 축복이기도 하고 의무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렇게 살자'란 것이었죠. 대구에 정착할 무렵 한걸음씩 꿈을 이뤄가는 기하를 보며, 저도 그 약속을 지켜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렇게 그는 밴드를 구성해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한다. 2009년쯤엔 '어반'이라는 라이브 펍도 열었다. 라이브 펍 운영은 꾸준했지만 음악활동은 시간이 흐르며 벽에 부딪혔다. 가게를 정리하고 '음악을 접어야 하나'란 현실적 고민을 할 즈음, 현재 몸담고 있는 5인조 하드록 밴드 '레미디'(정연우는 밴드의 맏형이자 베이스 파트를 맡고 있다) 멤버를 만나 다시 용기를 내게 된다. 2015년쯤의 일이었다.
그의 가슴 속엔 '지역'과 '지역 문화'에 관심이 가득하다. 그는 대구로 내려와 문화활동가와 음악 활동을 하면서 능력 있는 후배들이 현실에 부딪혀 음악을 그만두거나 서울로 빠져나가고, 혹은 서울로 가서 음악을 그만두는 모습이 너무나도 안타까웠다고 한다. 청년예술인을 위해 작은 물꼬만 틔워주면 변화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시작한 게 정치였다.
"대구엔 실력 있는 예술 인재가 엄청나게 많은 반면 정작 자치단체 공무원이나 지역 정치인들은 이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늘 해왔습니다. 이런 부분을 변화시키고 싶다는 생각에서 2018년 지방선거에 출마하게 됐죠."
하지만 그는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42표 차이로 재선에 실패했다. 그는 지지자들에겐 죄송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크게 아쉽지 않다고 했다. 어떤 자리에 있건 할 일은 하겠다는 의미였다.
그의 꿈은 지역의 실력 있는 뮤지션들이 서울만을 바라보지 않고 대구에서 활동하며 생활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것이다.
"대구의 대중음악계를 음식에 비유하자면 '음식은 잘 만드는데 배달이 제대로 안 된다'고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첫걸음으로 이들의 역량을 한데 모아 대중에게 선보일 수 있는, 유튜브채널 등을 활용한 인터넷 방송국 등이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남구가 운영하는 대구음악창작소가 나서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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