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은 기도처럼(이영도/ 범우사/ 2008)
책 읽기 좋은 계절, 가을을 그냥 보내기가 아쉬워 아름다운 수필집 '애정은 기도처럼'을 꺼내 들었다. "나는 시를 쓰고 싶다. 정수같이 맑은 시, 온 세상이 오염에 얼룩져도 새벽하늘을 밝히는 별빛 같은 시 한 수를 쓰고 싶다." 맑은 사람, 이영도 시인을 수필을 통해 만났다.
이 책은 1936년 20세에 결혼해서 29세에 사별한 후, 딸 하나를 데리고 살아왔던 시인이 사망한 1976년에 발간된 유고집이다. 병약했고, 외로웠고, 가난했던 한국 여인의 삶이 잘 드러난다. "초가을 새로 바른 창호지 같은 인상. 약간 찬기가 돌면서도 햇빛만 비치면 밝고 아늑하고 따뜻한 여인"(11쪽)으로 이지적이고 단아한 면도 지니고 있다. 1947년부터 20년 동안 받은 5천 통의 편지 중 200통을 추려 발간한 유치환의 서간집 '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네라'의 실제 주인공으로도 유명하다.
"지극히 그리운 이를 생각할 때 모르는 사이에 눈물이 돌듯, 나는 모색 앞에 설 때마다 그러한 감정에 젖어 들게 된다. 사람의 마음이 가장 순수해질 때는 아마도 모색과 같은 심색일지도 모른다."(33쪽) 이영도 시인의 빛깔은 모색(暮色)이 아니었을까. 날이 저물어가는 어스레한 빛, 해 질 무렵의 경치. 나에게 작가는 따뜻한 노을빛으로 다가온다.
작가는 수필 곳곳에서 시적인 운율과 정서를 보여주며 시조 시인이라는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나의 그리움을 "파도처럼 밀려오는 것이 아니라 아무래도 꽃이 필 듯 그렇게 피어나는 것. 내 안에 잊은 듯이 가라앉았던 그것도 이 소생의 계절이 오면 가만히 가슴을 열고 고개를 내어미는 것. 산을 바라보면 산처럼 목이 메고, 바다를 굽어보면 바다처럼 슬프고, 하늘을 우러르면 하늘같이 아득한 것"(89쪽)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그리움에 대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문무학 학이사독서아카데미 원장은 "수필은 자기 고백의 문학이다. 인생의 경험이나 사상, 판단, 체험을 형식적인 구애 없이 산문 양식으로 쓰는 글로서 작가의 내밀한 경험과 생각, 치부까지 드러내야 감동이 전해진다"고 설명한다. 이런 점에서 '애정은 기도처럼'은 전형적인 수필의 성격을 잘 담고 있다. 이영도의 경험, 생각,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애정은 기도처럼'은 일상을 담은 아름다운 수필집이다. 소소한 삶과 만물을 생생히 표현하고 있다. 글을 읽는 동안 온전히 글 안에 머물며, 작가와 함께 보고 듣고 느꼈음을 고백한다. 이 가을. 글의 맛에 푹 젖어 행복하고 싶은 여러분에게 이 선집을 추천한다.
이승희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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