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기업인!] <16>문성호 문창 대표

입력 2022-11-02 13:46:00 수정 2022-11-02 18:11:42

건설회사서 근무하다 39세에 창업…IMF-금융위기 넘기고 성장
경남 합천서 가난한 어린시절, 아들 고교 학우들 급식비 보태며 나눔에 관심
‘면진형 스테인리스 물탱크’ 기술력 최고 수준…“포기 않는 정신이 현재 만들어”

친환경 물탱크 제조업체인
친환경 물탱크 제조업체인 '문창'의 문성호 대표는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본다는 마음가짐으로 일을 한다고 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깨끗한 수돗물을 이용할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나 아파트, 관공서 등 건축물에서 물을 저장하는 물탱크는 눈에 잘 띄지 않기에 위생·안전관리에 취약해지기 쉽다.

지난 2019년 인천에서 일어난 '붉은 수돗물' 사태는 많은 국민에게 충격을 줬다. 올해 7월에는 경남 창원에서 또다시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됐다. '안전하고 깨끗한 수돗물'에 대한 요구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구 한 기업이 물탱크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과 안정성, 청결함으로 물탱크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대구 달성군 국가물산업클러스터에 입주한 ㈜문창은 올해 창업 30주년을 맞은 지역기업으로, 청결과 안전을 다잡은 '면진형 스테인리스 물탱크'를 생산하고 있다.

문성호(69) 문창 대표를 본사에서 만났다.

-창업 계기가 무엇인가?

▶창업 이전에는 토목과 전공을 살려 건설회사에 취업했다. 건설회사에서 14년간 근무하면서 기계설비를 담당하는 책임자로 일했다. 건설시장에서 나름대로 인정받으며 일하다 보니 창업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고 1992년 문창을 설립했다. 마침 그해 저수조 관련법이 개정돼 물탱크 재질을 콘크리트가 아닌 스테인리스나 에프알피(FRP)를 쓰도록 바뀌었다. 이에 대구에서 최초로 아파트와 관공서에 스테인리스 물탱크를 시공하게 됐다.

-현재까지 주요 성과는 어떤 것들이 있나?

▶깨끗한 물과 맑은 물을 공급하려 노력한 결과, 대한민국 신기술 혁신대상을 10년 연속으로 수상해 명예의 전당 헌액이라는 영예를 안았다. 신기술 인증을 신청했다가 한 번 떨어지면 1억원을 날린다. 5번 떨어지면 5억원이다. 주변에서 왜 그렇게까지 하냐고 할 때도 계속해서 도전했다. 한 번 해야겠다고 판단이 서면 일이 마무리될 때까지 도전하는 성격이다. 위기를 겪으면서도 계속해서 투자하고 연구개발에 매진하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다. 이외에도 은탑산업훈장, 자랑스런 중소기업인 표창, 대구시 중소기업대상 최우수상을 받았다.

-위기도 많았을 것 같다.

▶창업해서 첫 4년은 매우 힘들었다. 고비를 넘기고 4년쯤 되니 나름대로 수익이 창출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1997년 IMF가 터지면서 나라가 초유의 위기를 맞았고, 문창도 그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당시 주요 수요처인 지역 건설업체들이 연쇄 부도를 맞아 위기가 심해졌다. 다행히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어음 발행은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해 부도를 막을 수 있었다. 당시 혼자서 산에 올라가 수행하며 의지를 다잡았다. 10여명 되던 직원도 줄여 단 두 사람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도 큰 위기를 겪었다. 당시 서울 진관배수지에 2만톤(t) 가량 물탱크 수주를 받고, 포스코에 자재 대금을 지불해야 했다. 그런데 금융위기로 결재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공사가 연기되는 사이에 자재값이 내려갔고 대금 지불이 가능했다. 이를 계기로 회사가 안전궤도에 올라섰다.

-문창의 주력인 면진형 스테인리스 물탱크를 소개해 달라.

▶면진형 스테인리스 물탱크는 2015년부터 특허를 준비했다. 국내 유수의 인증을 받으려 노력하던 와중에 2017년 포항과 경주에서 규모 5.0 이상의 강진이 발생했다. 많은 곳의 물탱크가 터져 난리가 났는데, 문창 제품이 납품된 일부 건물은 멀쩡했다. 진동대 시험에서도 규모 7.0의 지진까지 소산시킬 수 있다는 제품 능력이 입증되며 업계에서 더 유명해졌다. 현재 문창의 면진형 스테인리스 물탱크는 패널형 물탱크 분야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성서공단에서 올해 물클러스터로 이전했다.

▶본사 이전을 기점으로 제2의 비상을 꿈꾸고 있다. 공장 규모를 키워 내수는 물론 국내 물기업의 염원인 해외시장까지 역량을 확대하려 한다. 스마트관리시스템이 적용된 물탱크를 개발해 미국, 일본 등지의 세계적인 물탱크 기업과 경쟁하는 회사로 성장하고자 한다. 또 세계 물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물클러스터와 협업이 필요하다는 점도 이전 이유가 됐다. 급변하는 세계 물산업 시장에서 대구 물기업들이 시장을 선도하는데 보탬이 되고 싶다.

친환경 물탱크 제조업체인
친환경 물탱크 제조업체인 '문창'의 문성호 대표는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본다는 마음가짐으로 일을 한다고 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신사업도 계획 중인 것이 있는가?

▶스마트 폐쇄회로(CC)TV를 3년 전부터 개발하고 있었고 올해 조달 등록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남구 대명동에는 시범사업도 했다. 각종 IT 기술이 접목된 물탱크를 개발하며 축적한 IT 기술을 바탕으로 완전히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셈이다. 스마트 CCTV는 시민 안전 확보를 목적으로 AI 영상분석기술이 탑재된 스마트 카메라 3종이 기본 토대가 된다.

-기부 등 사회공헌 활동을 많이 하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개인의 성장, 회사의 성장 과정에서 힘든 상황을 많이 겪어 어려운 분들의 마음을 잘 알기 때문에 사회공헌 활동을 많이 하고 있다. 경남 합천이 고향인데 어린 시절 집안 형편이 그렇게 좋지 못했다. 갖은 고생을 하며 대구에 정착해 사회인이 됐고, 결혼해 딸 둘, 아들 하나를 뒀다. 아들이 고등학교 재학 시절 같은 학교에 점심을 못 먹는 친구가 180명이나 됐다. 3년간 이 친구들에게 식비를 제공하면서 나눔에 눈을 뜨게 됐다. 이후 장애인 단체나 학교 밖 청소년 등 소외된 이웃을 후원했고, 로타리클럽 회장도 하면서 나눔의 규모를 키웠다. 최근에는 강원의 산불 피해지역에 3천만원을 기부했다. 매년 연말이면 대구 남구청에 연탄과 라면을 기부하고 있고, 고향인 합천에도 아동복지기금이나 수재민 성금, 이웃사랑 성금 등으로 사회 환원에 앞장서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가진 것은 집 한 채밖에 없다. 회사의 이익은 직원과 나누고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좋은 물탱크란 무엇인가, 자신만의 경영철학은?

▶좋은 물탱크는 환경을 생각해야 한다. 저수조에서 페인트가 녹으면 발암물질이 나오기도 하고, 염소가 휘발되면 세균 번식이 심해지기도 한다. 물탱크는 눈에 쉽게 보이지 않지만 인체의 건강에 무엇보다 중요한 제품이다. 끊임없이 환경을 위한 연구개발을 하면서 역량을 높이고,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본다는 마음가짐으로 해야 한다. 힘들다고 포기했으면 현재는 없었을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인간관계다. 지금까지 한 번 맺은 인연은 신뢰를 바탕으로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다. 관이든 민간이든 사람들과 신뢰를 쌓으면 그분들이 스스로 문창과 문성호를 자랑해 준다.

-앞으로의 계획은?

▶현재 나이가 70세인데 80세까지는 현장에 있을 것 같다. 이 기간 내에 문창을 코스닥에 상장하고 싶은 목표가 있다. 일찍부터 회사의 재무제표를 깨끗하게 관리하고 있다. 규모가 커질수록 A학점의 재무제표를 받도록 노력하고 있다. 무차입 경영을 바탕으로 한 상장으로 기업과 직원이 함께 지속가능한 미래를 그려나가려고 한다. 근본적으로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대한민국 국민이 안전하고 깨끗한 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