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받으면 모두 답해야 하나요"…'이태원 참사' 행안부 부실 답변 도마 위

입력 2022-11-01 09:53:11 수정 2022-11-01 10:28:58

중대본 차원 첫 브리핑서 김성호 재난안전관리본부장 '질문하면 다 소화를 해야 건가'

김성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왼쪽)이 31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경찰청, 소방청, 복지부 등 배석자들과
김성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왼쪽)이 31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경찰청, 소방청, 복지부 등 배석자들과 '이태원 압사 참사' 관련 중대본 회의 내용 등을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이태원 압사 참사' 관련 사상자 지원책 등이 발표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가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31일 정부는 오전 11시 정부세종청사 합동브리핑에서 행안부, 보건복지부, 외교부, 인사혁신처, 경찰청, 소방청 등 관계부처 담당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을 열고 정부 대처 상황과 유가족 및 부상자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중대본은 김성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차관)이 이끄는 범정부 재난대응 최고기구다. 이날 브리핑은 사고 이후 중대본 차원의 첫 브리핑으로, 박향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 오승진 경찰청 강력범죄수사과장, 박종현 행안부 사회재난대응정책관이 참석했다.

행안부는 전날 중대본의 언론 브리핑을 예고했고, 이날 브리핑 시작 약 1시간 30분 전부터 출입 기자단 단체 대화방을 통해 사전 질문 15개를 취합했다.

브리핑 전 취합된 질문들은 ▷안전 인력 배치로 사고를 막을 수 없었다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 발언에 대한 정부 입장 재확인 ▷현장 동선과 도로통제가 안 된 이유 ▷사상자 집계 오류 문제 ▷시신 연고지 병원 이송 여부 ▷'토끼 머리띠를 한 사람이 처음 밀기 시작했다'는 소문의 진위 ▷2019년 이전 이태원 핼러윈 축제 당시 통제 상황 및 인파 추이 외에 10개 가량이었다.

당초 예정된 브리핑 시간은 20분이었지만 정부는 브리핑 시작 7분이 지난 시점에 절반도 안 되는 질문만 받은 뒤 브리핑을 종료하려 했다.

사전 질문이 제대로 전달 안 됐다는 현장 항의에 김 차관과 배석자들이 다시 단상에 정렬해 브리핑을 이어갔지만, 답변은 부실했다.

교통 통제가 제대로 안 된 이유를 묻자 국토부 관계자가 배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답변을 하지 못 했고, "잘 모르겠다", "처음 듣는다" 등 답변도 다수 나왔다.

이번 참사와 관련해 적절한 수의 경찰 병력 배치 등이 필요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수사 업무를 담당하는 경찰청 강력범죄수사과장은 브리핑에 참석해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그는 '애초 200명 이상 인력을 배치하겠다는 용산경찰서 계획과 달리 137명만 투입된 이유가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최초에 200명을 배치하겠다는 계획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답했다. 그는 "수사부서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배치근무는 처음 듣는다"고도 했다.

'서울시 전체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방안을 정부와 검토하겠다는 오세훈 시장의 전날 발언과 관련해 협의가 진행 중이냐'는 질문도 답을 얻지 못했다. 김 본부장은 "지금 처음 접하는 상황"이라며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들어보고 검토를 하겠다"고 말했다.

부실한 답변에 항의가 잇따랐고, 이에 브리핑 사회자가 "오늘 이 자리에서 답하지 못한 내용은 서면으로 드리겠다"고 하자 김성호 차관이 사회자에게 "질문하면 다 소화를 해야 건가요?"라고 물었다.

정부가 질문을 골라 답 하고 싶은 질문에만 입장을 내겠다는 취지로 들릴 소지가 있는 대목이다.

김 차관의 발언에 브리핑장이 술렁이자 사회자는 김 차관에게 "시간 되는 데까지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이에 앞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30일 중대본 회의를 마치고 연 긴급 브리핑에서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해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지금 파악을 하고 있다"고 말해 책임을 회피하는 게 아니냐는 논란을 빚기도 했다.

한편 '이태원 참사' 사망자가 직전 집계보다 1명 늘어 총 155명이 됐다. 중상자는 3명 줄어든 30명, 경상자는 6명 늘어난 122명으로 부상자는 총 152명이다.

추가된 사망자는 중상자였던 24세 내국인 여성으로, 상태 악화로 이날 오후 9시쯤 사망했다. 이밖에 다른 중상자 2명은 경상자로 전환됐고, 여기에 경상자 4명이 새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