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론새평] 윤석열 대통령과 법치

입력 2022-10-26 11:17:07 수정 2022-10-26 18:09:28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올 추석 이후 현 정부의 사법 드라이브가 본격화되고 있다.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법치・공정・상식이 통하는 정상적 사회를 내걸었기에 예상되었던 일이다. 문제는 그 1차 대상이 문재인 정부의 통치와 대선 경쟁자이며, 현재 협치를 해야 할 야당 대표라는 점이다. 그러기에 현재의 정치적 대립은 정면충돌을 피할 수가 없다.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은 48.56%를 얻어 이재명 대표(47.83%)에게 0.73%포인트 차로 이겼다. 윤 대통령의 득표율 48.56%는 당시 보수층 29.2%(한국갤럽 3월 1주 조사: 보수 29.2%, 중도 34.1%, 진보 25.8%, 잘 모름 10.9%)보다 많았다. 이는 중도층도 절반 가까이 지지를 했다는 의미이다. 그래야 48.56% 득표율이 나온다.

그럼 대선에서 국민과 그중에서도 중도는 왜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을까.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윤 후보가 내걸었던 법치・공정・상식이 통하는 정상적 사회에 대한 기대였을 것이다. 이는 달리 말해 문 정부에 대한 반감이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윤석열 정부의 법치에 대한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그리고 법치는 임기 초에 엄격히 기강이 세워져야 하고 국민 평가도 빨리 나온다. 그래서 정책적 효과가 늦게 나타나는 경제보다 국정 순위가 앞서고 세부 정책별 허니문 기간에 있어서도 법치는 짧고, 경제는 좀 더 길게 간다.

현 정부 임기 초 사법 드라이브는 그런 의미에서 이해가 된다. 그런데 취임 6개월이 다 되어 가는 시점에서 현 정부의 법치에 대한 평가가 높지 않다. 데이터리서치 10월 정기 조사(23∼24일 조사, 국민 1천 명)에 따르면 현 정부의 법치에 대한 긍정 평가는 36.6%인 반면 부정 평가는 62.0%나 된다. 물론 같은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평가 34.6%보다는 소폭 높지만, 대선에서 경제보다는 법치에 기대가 높았던 점을 감안하면 많이 아쉬운 부분이다.

그럼 왜 윤 정부의 법치에 대한 평가가 낮을까. 이는 데이터리서치 10월 조사 정치 성향별 평가를 보면 알 수 있다. 보수는 현 정부 법치에 대해 긍정 평가가 53.4%로 부정 평가 46.2%보다 높지만, 중도는 긍정 평가가 36.6%인 반면 부정 평가는 62.0%로 국민 전체의 현 정부 법치 평가와 일치한다. 결국 현 정부의 법치는 보수에게서만 긍정 평가를 받고 진보는 말할 것도 없고, 중도에서도 긍정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럼 왜 중도는 부정적일까. 그 이유는 중도가 생각하는 법치와 보수가 생각하는 법치, 그리고 법치의 정치적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보수의 법치는 법 정의보다는 전 정부 적폐 청산에 초점이 맞춰진 반면 중도는 법 앞의 평등, 형량의 공평성이라는 법 정의를 우선시한다.

이제 윤석열은 더 이상 검사나 검찰총장이 아닌 대통령이다. 그러기에 법치에서 정치적 고려를 하지 않을 수도 없을 것이다.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은 법 정의가 실현되지 않았을 때 그 역효과나 사회적 혼란을 많이 봐 왔다는 점도 사실이다.

역대 보수 대통령이나 후보가 실패하거나 곤경에 처한 경우를 보면, 가장 기대했던 것이 무너졌을 때다. 민주화 대통령인 김영삼은 노동법 날치기 통과로, 대쪽・원칙을 내세운 이회창은 아들 병역 비리와 차떼기 논란으로, 이명박은 임기 말 경제 실망으로, 박근혜는 법치와 공정, 원칙의 실망이었다. 보듯이 대통령마다 기대와 실망이 다 다르다.

윤 대통령은 경제보다 법치다. 국민에게 공정은 법치의 기본이며, 공정의 기본이 지켜진 법치가 상식적, 정상적 사회다. 이렇게 법치로 정상적 사회 시스템이 선순환으로 작동되면, 경제도 나아질 것으로 봤다. 그래서 법치가 현 정부에서 중요한 것이다.

윤 정부에서 법치는 양날의 칼이다. 법치를 바로 세우면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정상적 사회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법치가 바로 서지 못할 경우는 지지율이 고착화되고, 오히려 사회적 갈등은 더 커질 것이다. 아직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1년 차 법치에 대한 평가가 현 정부 4년의 평가를 결정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