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기업 10곳 중 4곳 “고환율로 부정적 영향”

입력 2022-10-24 17:05:40 수정 2022-10-24 19:43:41

연초 1,180원→현재 1,440원대까지 치솟은 환율
대구 기업들, 원자재 단가 인상-환차손 발생 등 부정적 영향 호소
대구상의 “개별 기업 대응에 한계, 정책당국 역할 중요”

대구상공회의소가 지역기업 120개사를 대상으로 최근 고환율 영향에 대해 물은 결과, 41.7%는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대구상의 제공
대구상공회의소가 지역기업 120개사를 대상으로 최근 고환율 영향에 대해 물은 결과, 41.7%는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대구상의 제공

대구 기업 10곳 중 4곳은 고환율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초 1천180원대이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1천440원대까지 치솟은 데 따른 여파가 지역기업에 악영향을 미치는 양상이다.

24일 대구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지난 6, 7일 대구 수출입 제조업 120개사를 대상으로 환율 상승 영향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기업의 41.7%는 고환율로 인해 원자재 단가 인상, 대금 결제 시 환차손 발생 등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환차익 등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응답은 22.5%였고, 긍·부정적 영향을 동시에 받는다는 응답은 25.8%였다. 수입 기업 중에서 긍정적인 영향만 받고 있다는 응답은 하나도 없었다.

'통상 환율이 10% 상승하는 상황'에 대해 질문한 결과, 수출기업 중 61.0%는 수출금액이 늘어난다고 응답했다. 수출금액 증가율은 평균 7.4%, 마진은 3.9%p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응답기업 80.9%는 생산비용이 증가하고, 평균적으로 9.0%의 비용이 증가한다고 답했다. 생산비용 증가의 주원인에 대해서는 95.8%가 원자재비 부담 증가를 꼽았다. 이어 물류비 증가(52.1%), 해외 법인 관련 비용 증가(3.1%) 순이었다.

문제는 지역기업이 상승한 생산비를 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늘어난 생산비용을 제품가에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는 응답이 42.7%에 달했으며, 일부 반영한다는 기업은 37.5%에 그쳤다.

급격한 환율 상승으로 연간 사업계획에 차질이 생겼다는 반응도 많았다.

응답기업이 올 초 사업계획을 수립할 당시 2022년 환율 전망치는 평균 1천244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설문조사 시점에는 1천353원으로 전망치가 크게 높아졌다. 응답기업 중 79.2%는 올해 원·달러 환율이 사업계획 수립 시보다 높아졌다고 답했고, 27.7%는 이로 인해 매출이 감소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더 큰 문제는 대구 기업들이 마땅한 고환율 대비책이 없다는 점이다. 응답기업의 44.2%는 대응책이 없다고 답했다. 대응 중인 기업조차도 인건비 등 원가절감, 수출입 단가 조절 등 단기 대책에 그쳤다.

이에 대해 대구상공회의소 관계자는 "대구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환율이 급등하던 당시 지역내총생산과 수출입이 모두 감소한 사례가 있다"며 "현재는 무역적자를 기록 중인 전국에 비해 다행히 대구가 흑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환율 상승 기조가 계속될 경우 대구 역시 적자로 전환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어 "환율 변동에 대비해 기업이 환 헤지 상품 가입 등 외환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면서도 "환율은 개별 기업이 대응하기 힘든 만큼 수출입 관련 금융보증 지원 강화, 주요국과의 통화 스와프 확대 등 정책당국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