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월 새 금리 2.5%p 인상에 대출자 이자 부담 33조원 늘었다

입력 2022-10-12 10:26:37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가계 대출자 이자 부담이 지난 1년 새 33조원 이상 불어날 전망이다. 예상대로 기준금리가 연말까지 0.25~0.5%p 더 오를 경우 영끌족과 빚투족 등 공격적으로 투자한 채무자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극대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강준현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가계부채 현황 자료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p 오르면 전체 대출자의 이자는 약 3조3천억원 늘어난다. 인상폭이 0.50%p로 커지면 증가액은 6조5천억원으로 불어난다. 이는 올해 2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에 은행·비은행 금융기관의 변동금리부 대출 비중 추정치(평균 74.2%)를 적용해 산출한 결과다.

지난해 8월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15개월 만에 처음 0.25%p 올린 이후 이날까지 모두 2.50%p 인상한 만큼, 지난 1년 2개월 동안 늘어난 이자만 33조원으로 추산되는 셈이다.

아울러 한은은 기준금리가 0.25%p 인상되면 가계대출자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은 평균 약 16만4천원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작년 8월 이후 0.25%p의 10배인 2.5%p가 뛰었으니, 대출자 한 사람의 연 이자도 164만원씩 불어난 셈이다.

한은은 지난달 22일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금리 상승에 따른 잠재위험 현실화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며 "금리 상승으로 채무 상환 부담이 가중되면서 저소득·영세 자영업자, 가계 취약차주(다중채무자 중 저소득·저신용자), 과다 차입자, 한계기업 등 취약부문 중심으로 부실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금리 인상으로 연말까지 대출금리가 8%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금리의 지표로 주로 사용되는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가 미국과 한국의 예상보다 빠른 긴축 전망 등의 영향으로 계속 오르면서 일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금리가 약 13년 만에 7%를 넘어선 상태다.

은행권과 시장은 금통위가 미국의 잇따른 자이언트 스텝에 대응해 다음 달에도 6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에 이어 빅 스텝(0.50%p 인상)을 밟으면 연내 기준금리는 3.50%, 베이비 스텝에 그쳐도 3.25%까지 더 오른다는 뜻이다.

따라서 연말까지 대출금리가 10·11월 기준금리 상승 폭(0.75∼1.00%p)만큼만 높아져도 현재 7% 안팎인 대출금리는 금융위기 이후 약 14년 만에 연내 8%에 근접할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대출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 특히 2년 전 초저금리를 바탕으로 무리하게 자산을 사들인 대출자 중에서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연 상환액이 50% 넘게 급증하는 경우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