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개천절에 명성황후 생각하다

입력 2022-10-05 10:44:45 수정 2022-10-05 18:50:07

최봉태 백산우재룡기념사업회장(변호사)

최봉태 백산우재룡기념사업회장(변호사)
최봉태 백산우재룡기념사업회장(변호사)

지난 10월 3일은 개천절이다. 개천절은 우리 민족의 사명을 생각하는 날이다. 언론에서는 개천절을 기려 의인들을 보도하고 있다.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정신으로 살신성인한 우리 이웃의 영웅들을 봄으로써 우리 민족은 권력과 돈으로 성공한 사람이 아니라 홍익인간의 정신을 실천한 사람들을 존경하여 왔다는 사실을 다시 실감한다.

우리 역사에서 보면 권력과 돈을 추구한 관군들은 어려운 때에 주로 도망을 다녔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1592년 임진왜란 당시 선조 임금이나, 가까운 1950년 한국전쟁 당시 한국 대통령을 보면 알 수가 있다. 즉 우리 민족의 역사에는 의병과 민초들이 극난 극복의 주인공이었다. 올해 개천절에는 유독 명성황후가 생각이 난다.

2023년 내년은 1923년 일어난 일본 관동 대학살 100주년이고 올 개천절이 끝나고 곧바로 맞는 10월 8일은 조선의 명성황후 시해일이다. 즉 1895년 일제가 저지른 을미참변 127년이 되어 가고 있다. 당시 조선의 국모를 지키지 못하여 이후 벌어진 우리 역사의 참극들은 현재도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의 수요시위로 이어지고 있다.

명성황후 시해의 진실도, 관동 대학살의 진실도 우리는 아직까지 밝혀내지 못하고 있고, 이에 대해 가해자로부터 한마디 사죄도 받은 적이 없다. 물론 아직 우리 관군들은 아무런 움직임조차 없다. 여전히 관군은 과거나 지금이나 그들 관군을 위한 그들의 갈 길을 가고 있고, 이 문제의 해결도 의병이 나설 수밖에 없는 듯하다.

이즈음에 명성황후 시해 사건에 사용된 일본의 칼, 히젠도(肥前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일제의 '여우 사냥'이란 작전 이름 아래 일제가 저지른 만행을 말해 주는 증거물인 히젠도는 독립국 대한제국 국모의 심장을 찌른 칼이다. 그리고 그 칼집에는 '늙은 여우를 단칼에 베었다'라는 뜻의 '일순전광자노호'(一瞬電光刺老狐)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이런 히젠도가 아직도 일본의 신사(후쿠오카의 '쿠시다 신사')에 봉납되어 떠받들어지고 있다니 기가 막힐 일이다.

상황이 이러니 이번 개천절을 맞아 다시 한번 의병들이 나서길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척살할 때 그 첫 번째 이유가 명성황후 시해에 대한 책임이니 안중근 의사가 살아 계시면 저 히젠도를 어떻게 생각하실까.

최근 국채보상운동의 발원지인 대구에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상을 받은 바가 있다. 할머니는 일본 왕이 사는 곳에 가서 명성황후 장례 의식을 그린 의궤를 친견하고 절을 올리며 그 한을 풀어 드리려 맹세를 한 적이 있다. 그 결과 조선왕실 의궤를 돌려받은 사실이 있다. 사실 명성황후는 어떤 의미에서는 최초의 일제 피해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지금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상을 받은 그 여세를 몰아 명성황후 시해에 사용된 히젠도를 환수하려 하고 있다. 이 히젠도를 환수하여 현재 대구에서 민간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대구독립운동기념관에 전시를 하면 홍익인간의 이념을 선도적으로 실천하는 새로운 대구가 열리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특히 이를 위해서는 대구 시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무엇보다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