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카스트라토(castrato)

입력 2022-10-04 10:43:21

금동엽 문화경영 컨설턴트

금동엽 문화경영 컨설턴트
금동엽 문화경영 컨설턴트

카스트라토는 '거세(去勢)하다'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의 동사 'castrare'에서 나온 용어로 어린 남자아이를 거세해 변성기 이후에도 여성의 음역을 내도록 한 가수를 말한다.

역사상 첫 카스트라토의 등장은 16세기 중반 스페인에서라고 알려져 있다. 이 때에는 성당에서 여성들이 성가대원으로 활동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에 부득이 사춘기 이전의 어린 남자아이들이 보이 소프라노(Boy Soprano)로서 고음부를 부르도록 하였다. 최근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에서 보아 알 수 있듯이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의 성가대는 아직도 이런 전통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더 나은 음악을 원했던 당시의 성가대 지휘자는 보이 소프라노의 소리에 만족하지 않고 여성 소프라노를 능가하는 소리를 얻고자 노래를 잘하는 사춘기 이전의 아이들을 뽑아 거세가수로 만들었다.

의학 자료에 의하면 사춘기 이전의 아이들은 거세 수술을 하게 되면 성인으로 성장하더라도 후두는 커지지 않고 성대는 어린이의 크기로 유지되며, 남성 호르몬의 부족으로 인해 성장판이 닫히지 않아 일반 남성들보다 팔과 다리가 길어지고, 갈비뼈도 마찬가지로 커져 흉곽의 부피가 컸다고 한다. 이런 신체적 조건을 가진 카스트라토가 집중적인 훈련을 받게 되면 폐활량이 많아지고 호흡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어 뛰어난 유연성과 민첩성으로 맑고 힘찬 소리를 낼 수 있었다.

가장 잘 알려진 카스트라토는 아마도 이탈리아 출신의 카를로 브로스키(Carlo Broschi)이다. 그의 예명은 파리넬리(Farinelli)로 영화 '파리넬리'를 통해 익히 알려져 있다. 영화 '파리넬리'는 실화에 근거한 부분도 있지만, 대부분이 픽션이며 영화 속에서 파리넬리가 부르는 노래는 컴퓨터로 합성해 낸 것이다. 대개의 카스트라토가 하층계급의 빈민층 출신임에 반해 브로스키는 계급이 낮은 귀족 출신이었다. 파리넬리가 노래로 스페인 왕 필립 5세의 우울증을 치료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후 파리넬리는 왕의 총애를 받아 정치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카스트라토들은 인기를 얻게 되자 많은 돈을 벌었다. 17세기와 18세기 오페라에서 카스트라토들은 전성기를 구가하였으며 최고 수준의 테너 가수보다 적어도 두 배 이상의 출연료를 받았다. 그러자 일부 실력이 좋은 여성 소프라노도 자신들을 카스트라토로 속이고 출연해 많은 돈을 받았다고 한다.

이러한 카스트라토들의 성공은 당시 부를 얻고자 하는 빈민들이 자식들을 거세하도록 했지만 성공한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보통의 카스트라토들은 거세로 인한 신체적 부작용과 함께 남자도 여자도 아닌 성적 주체성의 혼란으로 성격 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또 사회로부터는 자기중심적이고 탐욕이 많으며 타인들과의 관계가 좋지 않다는 비난을 받아 쉽지 않은 삶을 살았다. 따라서 많은 카스트라토는 자신들의 의지와 관계없이 거세수술을 시킨 부모들과 가족들을 증오했다고 한다.

1903년 로마 교황청은 공식적으로 카스트라토를 금지하였다. 이후 1922년 로마 교황청 시스티나 성당의 지휘자이면서 소프라노 거세가수였던 알레산트로 모레스키(Alessandro Moreschi)가 사망함으로써 카스트라토의 역사는 막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