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 공간 분리 행정예고…1100여건 의견 가운데 99%가 이용 공간 구분 반대
반려인들과 비반려인 간의 갈등은 지속될 것으로 보여
대구 수성구청이 반려견 출입을 두고 다툼이 잦았던 도심공원에 반려견을 위한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려다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철회했다.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과 비반려인의 갈등이 여전한 과제로 남았다.
수성구청은 만촌동 화랑공원에 반려견 공간을 별도로 지정하는 계획을 취소했다고 2일 밝혔다. 앞서 수성구청은 지난 8월 30일부터 9월 19일까지 20일간 화랑공원의 이용 공간을 구분한다는 취지의 행정예고를 알렸다.
행정예고에는 화랑공원 내 잔디광장을 반려인과 비반려인 공간으로 나누는 안이 담겼다. 1만1천610㎡ 면적의 잔디광장을 반려인(3천470㎡), 비반려인(4천880㎡)으로 분리하고 나머지는 진출입 등 공용 공간으로 만드는 방안이었다. 이 경우 반려견은 산책하는 주민들이 있는 비반려인 공간에 갈 수 없다.
하지만 행정예고 기간 동안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1천101건 가운데 99%가 '공간 구분을 반대한다'고 의견을 냈다. 수성구청 관계자는 "공간을 구분해달라는 180여건의 설문결과가 있어서 행정예고를 했는데, 이번에 1천건 이상의 반대가 나오면서 시행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1988년에 도심근린공원으로 조성된 화랑공원은 반려견 출입으로 주민들 간의 다툼이 잦은 곳이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잔디와 산책로가 조성됐고, 반려견을 키우는 인구가 많아지면서 갈등은 더욱 심해졌다. 올해 6월에는 경찰이 출동해 중재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이를 해결하고자 구청이 중재안을 마련했던 것이었지만, 이마저도 무산되면서 반려견을 둘러싼 주민 간의 갈등은 난제로 남게 됐다. 지난달 26일 화랑공원에서 만난 반려인과 비반려인 간의 입장은 여전히 팽팽하게 맞서고 있었다.
견주 A(56) 씨는 "여전히 개는 집에서 키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가진 어르신들이 많다"며 "이는 요즘 사고방식이라 볼 수 없고 강아지들도 스트레스를 풀 수 있게 산책이 필요하다. 또 공원에 강아지를 들이면 안 된다는 법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산책하던 B(73) 씨는 "반려견보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공원에 공간을 구분한다는 것도 싫고, 강아지들이 출입하는 것도 내키지 않는다"며 "밤에 와보면 목줄을 느슨하게 하거나 배변을 치우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수성구청 관계자는 "반려견 목줄이나 배변 수거 등 기본 '펫티켓'을 잘 지켜줄 수 있도록 홍보할 계획"이라며 "또 기간제 근무자를 배치해 주민들이 좋은 분위기 속에서 잘 지낼 수 있도록 갈등을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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