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양로연 개최 "내 부모를 공경하듯 다른 사람의 부모를 대우하라"

입력 2022-09-30 15:20:26 수정 2022-09-30 19:40:03

500년 전통 속에 녹아든 안동의 정신 '경'·'효'
안동농협 여성대학생 100여명, 음식준비와 헌수례로 실천
권기창 시장, 김기동·김말분 어르신께 술·음식 올리고 큰절

30일 안동 웅부공원에서는 115명의 어르신들이 초청돼 성대한
30일 안동 웅부공원에서는 115명의 어르신들이 초청돼 성대한 '안동 양로연'이 열렸다. 사진은 안동농협여성대학 학생들이 어르신들의 만수무강을 축원하면서 13첩 반상을 올리는 '헌수례' 모습. 엄재진 기자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과 안동민속축제가 한창인 30일, 옛 안동웅부 관아터였던 웅부공원에서는 '경'(敬)·'효'(孝)를 실천해오던 안동 정신이 오롯히 녹아든 500년 전통의 '안동 양로연'이 성대히 열렸다.

'안동 양로연'은 500여 년 전이었던 1519년 농암 이현보 선생이 안동부사로 봉직할 때 남녀 귀천을 막론하고, 80세 이상의 어르신들을 청사로 초대해 성대한 잔치를 베풀었던 자료를 기준으로 마련돼 11회째 이어오고 있다.

안동시 임하면 김기동(90), 중구동 김말분(90) 어르신을 비롯해 24개 읍·면·동에서 115명의 어르신들이 한복차림으로 초청돼 지극정성으로 마련한 술과 음식을 대접받고, 다양한 공연을 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날 양로연에서는 권기창 안동시장과 권기익 안동시의회 의장, 권석환 안동문화원장이 직접 관복차림으로 참여해 상궁의 부축을 받으면서 행사장에 모셔진 김기동·김말분 어르신께 술과 안주가 정갈하게 차려진 다과상을 올리고 큰절로 공경과 섬김의 모습을 보였다.

30일 안동 웅부공원에서는 115명의 어르신들이 초청돼 성대한
30일 안동 웅부공원에서는 115명의 어르신들이 초청돼 성대한 '안동 양로연'이 열렸다. 사진은 안동농협여성대학 학생들이 어르신들의 만수무강을 축원하면서 13첩 반상을 올리는 '헌수례' 모습. 엄재진 기자

이어 이날의 가장 핵심인 '헌수례'(獻壽禮)가 진행됐다. 헌수례는 어르신들의 무병장수를 축원하는 의례로 안동농협 여성대학 출신 주부들이 직접 나서 정성스레 차려진 13첩 반상의 외상(독상)을 어르신들에게 올렸다.

'조선 양반 남자들은 식사 때 독상을 받았다'고 전해지는 말과 '조선요리법'(朝鮮 料理法·1939)에 '갑오 이전의 잔치상은 다 외상(독상)'이라 적은 자료 등에 따라 이날 어르신들에게 독상 대접을 통해 최고의 경로효친 사상을 보여주었다.

안동농협 여성대학 총동창회는 올해로 10여년째 양로연 음식을 도맡아 준비해 오고 있다. 올해도 여성대학 출신 임원과 학생 등 100여 명의 주부들이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어르신들께 헌수례를 통해 '경'의 사상을 실천했다.

30일 안동 웅부공원에서는 115명의 어르신들이 초청돼 성대한
30일 안동 웅부공원에서는 115명의 어르신들이 초청돼 성대한 '안동 양로연'이 열렸다. 사진은 권기창 안동시장이 초대된 어르신에게 술을 올리고 있다. 엄재진 기자

여성대학 1기부터 33기까지 기수별 회장들은 며칠전부터 장보기와 음식장만하기에 직접 나섰다. 백진주쌀로 밥을 짓고, 소고기와 송이로 맑은 소고기송이국을 끓이고, 도라지·고사리·시금치로 조리한 삼색나물 반찬, 삼색전, 삼색과일, 술 등을 정성스레 장만했다.

행사 당일 이른 아침부터 33기, 34기 학생 35명과 총동창회 임원 등 100여 명은 양로연 상차림부터 헌수례, 행사 이후 관광객과 시민 3천여 명에게 대접할 국수까지 '경'과 '효' 사상을 실천해 보였다.

안난숙 안동농협여성대학 총동창회장은 "기수별 회장과 학생들이 집안 어르신을 대접하듯 정성과 공경심을 담아 음식을 장만하고 행사에 임했다"며 "안동농협의 경영철학이 '경'이다. 안동의 사상을 안동 양로연을 통해 고스란히 보여준 것"이라 했다.

30일 안동 웅부공원에서는 115명의 어르신들이 초청돼 성대한
30일 안동 웅부공원에서는 115명의 어르신들이 초청돼 성대한 '안동 양로연'이 열렸다. 사진은 안난숙 안동농협여성대학 총동창회장이 13첩으로 정성스레 상차림을 살피고 있다. 엄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