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대구수목원

입력 2022-09-29 09:53:56

위상복 수필가

위상복 수필가
위상복 수필가

현대인들이 겪는 도시 문제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환경 문제이다.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를 경험한 대도시는 아직도 각종 환경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 대부분의 도시에서 갈수록 그 심각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 쓰레기 문제이다.

대구도 쓰레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1986년부터 1990년까지 대구 시민의 생활쓰레기 약 400만 톤을 지금의 대구수목원 자리에 매립했다. 그 후 10년 가까이 특별한 대안 없이 장기간 방치되어 이 일대는 시민들의 원성과 민원의 대상으로, 버려진 공간이 되고 말았다.

대구수목원을 만든 배경도 특별하다. 이곳의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96년부터 지하철 건설을 비롯한 각종 건설 공사장에서 발생하는 잔토를 활용해서 6~7m 두께로 흙을 덮었다. 이렇게 복토한 곳에 나무를 심어 친환경 생태 공간으로서의 도시형 수목원을 2002년 개원했다.

대구수목원은 규모에서 눈길을 끈다. 8만여 평의 면적에 1,750여 종의 초본류와 목본류를 35만 본이나 심어 놓은 국내 최대의 도시형 수목원이다. 시민 기증으로 꾸며진 분재원과 선인장 온실 등을 비롯하여 21개의 주제별 전문 수목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심은 나무들이 울창하여 시선을 끌기도 한다.

쓰레기 매립장을 수목원으로 탈바꿈시킴으로써 많은 효과를 보고 있다. 토지 이용의 효율을 높이고, 생태 환경이 복원되어 자연 탐구 학습장으로 이용된다. 나아가 향토 식물 자원 보전 및 생물종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기지로도 활용된다. 또한 시가지 녹화에 필요한 묘목과 꽃을 공급하여 푸른 대구 건설에도 기여한다. 이러한 성과로 대구수목원은 '자연 생태 복원 전국 우수 사례지'로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 이곳은 일년에 200만여 명이 방문하는 핫플레이스다. 소풍이나 생태 체험 학습장으로 각광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국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의 필수 견학 코스가 되었다. 대구시티투어에서도 가장 인기를 끄는 명소 중 하나다. 따라서 주민들에게 고통을 안겨주던 님비(NIMBY)에서 대구의 자랑거리인 핌피(PIMFY)의 대명사로 탈바꿈한 것이다.

대구시는 저탄소 녹색 성장 도시로서의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한 사업도 펼치고 있다. 방천동 쓰레기 매립 가스의 자원화 사업이나 타워형 태양열 발전소 건립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푸른 대구 가꾸기 사업도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있다. 이처럼 삶의 질 향상에 힘쓰는 대구의 이미지는 다른 지역의 모델이 되고 있다.

그러나 대구의 환경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다. 아직도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대기 오염과 수질 오염도 시민들의 기대치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 하지만 대구수목원의 모범적인 사례를 통해 대구의 또 다른 환경 문제에 대해서도 어떤 작품이 나올 것 같은 기대감을 갖게 한다. 대구수목원은 대구를 넘어 대한민국의 자랑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