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대구 동산 청라언덕

입력 2022-09-22 10:12:56

위상복 수필가

위상복 수필가
위상복 수필가

요즘 대구를 찾는 사람들이 꼭 방문하는 곳이 있다. 바로 동산청라언덕이다. 대구 도심은 6.25 전쟁의 피해를 당하지 않아 옛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다. 1천여 개의 골목을 중심으로 근대 역사가 오롯이 남아있다. 대구 근대골목투어는 이러한 도시 역사와 문화를 활용해 현재 5개 코스가 운영되고 있다.

동산청라언덕에서 출발하는 근대문화골목을 탐방객이 가장 많이 찾는다. 청라언덕은 동산병원 뒤의 야트막한 언덕이다. '동무 생각'의 가사에 나와 유명해진 청라(靑蘿)언덕은 푸른 담쟁이 덕분에 붙여진 이름이다.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으로 시작되는 '동무 생각'은 박태준 선생의 곡에 이은상 선생이 가사를 쓴 것으로, 음악 교과서에도 나오는 명곡이다.

청라언덕의 가옥은 일제강점기 건축 양식이다. 붉은 벽돌로 서양식 건축물을 쌓고서 기와로 마무리한 모습이 동서양의 건축 양식을 잘 엮어놓은 것 같다. 하지만 기단 돌은 대구읍성을 허물 때 나온 것이라니, 100년 고택의 아름다움 속에서 아련한 비애가 느껴지기도 한다. 현재 의료박물관과 선교박물관 등으로 꾸며져 있다. 특히 이국적인 건물과 정원이 잘 어우러져 영화나 드라마의 촬영 장소로도 자주 등장한다.

대구 근대골목투어 제2코스인 근대문화골목은 볼거리도 다양하다. 이곳 동산청라언덕에서 시작하여 구암서원, 계산성당, 이상화·서상돈 고택, 뽕나무 골목, 마당 깊은 집, 제일교회 구당, 약령시 한의약박물관, 영남대로, 종로, 진골목, 화교협회 등의 순으로 탐방 지역이 이어진다. 따라서 청라언덕에서 약전골목까지의 도심을 한 바퀴 둘러본다고 생각하면 된다.

근대문화골목은 1.6㎞ 정도로 길지 않은 길이다. 하지만 제대로 음미하면서 걸으면 두세 시간은 족히 걸린다. 이곳에 오면 마치 100년 전의 대구로 돌아간 느낌이다. 골목을 걸으며 살아있는 역사를 만나는 것 같은 착각 속으로 빠져든다. 이를 통해 대구의 도심에 매우 소중한 근대 유물들이 살아 숨 쉬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현재 근대골목투어는 대구 제일의 명소다. 연간 200만 명 이상이 찾는 볼거리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한국 관광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알리는 대표 아이콘이 되었다. 지난 2012년 '한국관광의 별'로 선정된 데 이어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국내관광지 100선'에 뽑히기도 했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지역문화브랜드' 대상으로 선정될 정도로 국내외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대구 근대골목투어에 분홍빛만 있는 게 아니다. 탐방객 대부분이 근대문화골목과 김광석길에 몰린다. 무조건 코스만 늘릴 게 아니라 탐방객이 공감하는 볼거리를 만들어야 할 것 같다. 또한 전주 한옥마을처럼 장기적인 계획으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할 것 같다. 단순히 값싼 도심 재개발의 사례에 그치지 말고 20년이나 30년 후에는 지금보다 더 사랑받는 골목으로 정비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