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분투'(Ubuntu) 정신으로

입력 2022-10-19 10:35:18 수정 2022-10-19 18:59:34

곽홍탁 전 영남대 환경공학과 교수

곽홍탁 전 영남대 환경공학과 교수
곽홍탁 전 영남대 환경공학과 교수

대구 수성구 범어2동은 지역적으로 오르막이 많은 동네라 내리막도 많을 수밖에 없다. 무더운 여름철에는 더욱 걷기조차 힘들어 오래전에는 자전거를 이용했는데, 이제 나이 숫자가 점점 높아지니 페달 밟기도, 걷기조차도 힘든 지역이라 전기 자전거를 구입할까 생각 중이다.

이 지역은 50여 년 전에 '단독주거전용지역'으로 묶어둔 지역이라 자녀들은 대부분 아파트로 옮아 살고 실제 주거민들의 연령대는 평균 65세를 웃도는 할아버지, 할머니, 즉 고령자가 대부분이다.

그중에는 자녀들이 부모에 대한 관심이 있어 어버이에 대한 효심으로 돌봐 주는 자녀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회적 약자인 홀몸노인들이 제법 계신다. 어디 고령화가 여기뿐이겠나마는 생계도 힘들거니와 질병과 함께 어렵게 지내는 어른들도 눈에 띈다.

그런 분들 중에는 하루하루의 삶이 고달픈 분들이 있다. 그분들이 궁여지책으로 그것을 해소하려고 찌그러진 유모차나, 고물 자전거를 구해서 폐지 한 장, 폐박스 하나라도 더 많이 주워 담아 싣고자 안간힘을 다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때로는 넘어져서 담겨 있던 폐지가 땅바닥에 쏟아져 다시 모아야 하는 경우도 종종 눈여겨보는 광경이다. 그런 모습을 볼 때면 애처로운 마음에 달려가서 자전거를 바로 세워 드리는 경우도 있다. 마음이 참으로 안쓰럽다.

그냥 버리면 잘 썩지도 않는 쓰레기가 되지만 수거해서 고물상에 갖다 주면 몇 푼이라도 현금을 손에 쥘 수 있으며, 고물상에서 이를 수거하여 집합적으로 제지공장으로 보내면 재활용되어 새로운 종이나 박스 등의 생산품으로 탄생할 수 있다. 이런 일들은 비록 범어2동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닐 것이다. 이런 분들이 애국자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기회에 대구시에서나 구청에서 폐자원 수거용 리어카(rear car·작은 수레)를 희망하는 어른들에게 무상으로 공급하게 되면 생계에도 다소 도움이 될 것이며, 자원 재활용 차원에서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구청에서 환경미화원을 통해 일괄 수거 처리하고 있지만, 낮 시간대에 버려진 폐자원을 더 알뜰하게 재활용하는 차원에서 논의하고 싶다.

필자가 1990년대에 남구청 산하 동사무소에서 지역 주민들에게 자원 재활용에 대한 환경 교육을 10여 차례 실시하면서 재활용 가능한 자원을 분리 배출하기 위한 수단으로 유형별 수집망을 제시한 바 있었다. 그것이 오늘날 파란 그물망과 붉은 그물망으로 나눠 분리 배출하도록 한 계기가 되었다. 정부가 사회적 약자에게 한두 번의 보조금이나 지원금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생계 수단 기구를 무상으로 제공해 드리고, 한편으로는 자원 재활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

우분투! 아프리카의 반투족 말로 '네가 있기에 내가 있다'(I am because you are)라는 뜻이다. 주변 사람이 모두 어려운데 어떻게 나만 행복해질 수 있는가. 인간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다. 사람은 인간관계 속에서 성장하게 되고 성숙하게 되는 존재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사회 공동체에서 더불어 함께하는 사람이 관계를 맺으며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임을 잊지 말고 우분투 정신, 즉 지체 의식을 갖고 서로 귀하게 여기며 사랑으로 이어가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