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피해자 고소 후에도…법원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없다"며 영장 기각
최근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스토킹 범죄로 인해 한 여성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법원과 수사기관의 피해자 보호 조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대책으로 가해자 감시와 반의사불벌죄 폐지를 주장했다.
지난 14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20대 여성 역무원이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만남을 요구하며 스토킹해왔던 동료 역무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피해자를 스토킹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 재판 선고를 하루 앞두고 범행을 저질렀다.
스토킹 범죄는 이 사건뿐만 아니었다. 지난해 11월 김병찬이 자신을 스토킹으로 신고한 전 여자친구를 보복 살해했고, 같은 해 3월에는 김태현이 스토킹 범죄 끝에 세 모녀를 살해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스토킹 범죄 신고는 지난해 1만4천509건으로 2020년 (4천515건)보다 세 배 이상 늘었다. 또 올해 1∼7월 집계된 스토킹 관련 신고 건수는 1만6천571건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건수보다 많다.
그러나 스토킹 범죄에 대한 처벌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스토킹 처벌법은 1999년 처음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러다 2021년 3월 24일 첫 발의 22년 만에 발의를 통과해 같은 해 10월 21일부터 시행됐다. 이전까지 스토킹은 경범죄처벌법인 지속적 괴롭힘으로 분류돼 '10만원 이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에 그쳤다.
스토킹 처벌법 시행 후에도 피해자의 희생을 막지 못했다. 신당역 역무원 사건의 경우, 피해자 보호 조치가 허술해 비판을 받았다. 피해자는 2018년부터 약 3년간 가해자에게 스토킹에 시달리다가 지난해 10월 고소했지만, 법원과 수사기관의 보호 조치는 미흡했다.
법원은 가해자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에 "주거지가 일정하고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경찰은 피해자를 신변보호 대상자로 분류해 1개월간 보호조치를 했지만,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 달 만에 끝냈다.
전문가들은 스토킹 범죄에 대한 피해자 보호 조치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가해자를 적극 감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피해자가 스마트워치를 착용했더라도 피해자가 가해자와 맞닥뜨렸을 때 피해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며 "이번처럼 (영장이 기각돼) 불구속 상태였다면, 피해자 보호를 더 완벽하게 해야 했다. 외국처럼 지피에스(GPS)로 가해자 위치추적을 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도 "수사기관의 보호 조치는 외려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어 피해자들이 부담스러워 한다"며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를 감시하는 식으로 법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스토킹 범죄가) '사소한 범죄'라는 편견을 넘어서야 스토킹 처벌법은 실제로 가해를 멈추게 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법으로 존재할 수 있다"며 "반의사 불벌죄를 폐지하고 수사, 재판 단계에서의 결정례를 사회적으로 공개하고 분석하며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무부도 "반의사불벌죄 폐지를 중심으로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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