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언덕]SY의 ‘땡큐! 라이벌’ JM

입력 2022-09-15 13:57:27 수정 2022-09-15 19:3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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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공명과 사마의, YS와 DJ, 테니스 3대 천황
SY, JM 호재 넘어 국민만 보고 ‘뚜벅뚜벅’ 가야

권성훈 기자
권성훈 기자

누구에게나 동시대를 사는 고마운 라이벌이 있다. 늘 경쟁하면서 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뭔가를 일깨워주는 존재다. 스스로 해이하거나 나태해질 때도 라이벌을 보며, 자신을 더욱 채찍질하기도 한다. 살면서 '나를 세상에 더욱 빛나게 해주는 라이벌'을 만나는 것은 일종의 행운이다.

인류 역사의 '땡큐! 라이벌' 사례도 적잖다. 위나라 군사 사마의에게 촉나라 군사 제갈공명이 그렇다. 사마의는 제갈공명이 없었다면, 삼국지에서 자신의 몸값이 그렇게 뛰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크고 작은 전투에서 판판이 제갈공명의 신출귀몰한 전략에 당했지만, 그럴수록 사마의는 피해를 최소화하며 더 강해졌다. 사마의는 조조의 아들 조비가 황제에 등극한 후 대신들의 견제가 심해 낙향한 후 다시 더 큰 권력을 쥐고 군사로 복귀해 결국 삼국을 통일한 나라를 통째로 집어삼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최후의 승자는 제갈공명이 아닌 사마의였다.

사마의의
사마의의 '땡큐! 라이벌' 제갈공명

김대중(DJ) 전 대통령에게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민주화 영·호남의 양대 산맥 '땡큐! 라이벌'. 노태우 전 대통령과 김종필(JP) 전 자민련 총재와의 3당 합당으로 YS가 먼저 대권을 거머쥐었지만, 이후 YS는 집권당 이회창, 이인제 후보 간의 불화를 초래해 DJ에게 다음 대권을 넘겨준 결정적 공헌을 했다. 게다가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로 인해 전 국민이 똘똘 뭉쳐 극복해야 하는 상황 역시 DJ에게는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셈이다.

DJ의
DJ의 '땡큐! 라이벌' YS

21세기 들어 전 세계 테니스 황제 3인방으로 군림하고 있는 로저 페더러(스위스), 라파엘 나달(스페인),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셋은 서로에게 힘든 상대이지만, 자신을 갈고닦게 해주는 사실상 '윈-윈'(Win-Win) 관계다. '3대 천황'은 난공불락, 20년 가까이 남자 테니스 패권 삼분지계를 나눠 가졌다. 4대 메이저 대회(윔블던, US 오픈, 프랑스 오픈, 호주 오픈) 총 57회 챔피언(페더러와 나달 각 20회, 조코비치 17회)이 됐다. 총상금 역시 각각 1천억 원 이상씩 가져갔다. 셋은 서로에게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

서로에게
서로에게 '땡큐! 라이벌'인 테니스 3대 천황(페더러, 나달, 조코비치)의 역대 총상금 순위.

윤석열(SY) 대통령에게 '땡큐! 라이벌'은 단연 이재명(JM)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대급 비호감 대선에서 SY는 JM의 덕을 톡톡히 봤다. 대선 기간 동안 본인의 실수(개 사과, 무속 등) 또는 배우자(김건희) 문제로 인해 곤혹에 빠져 있을 때, 라이벌 역시 더한 문제(대장동 개발 특혜, 변호사비 대납 등)와 같은 배우자(김혜경) 논란으로 맞불을 놓았다. 라이벌이 위기를 덮어준 셈이다. SY는 우여곡절 끝에 0.73%포인트 차이로 별(★)의 순간을 잡았다.

집권 초기에 여당 내부 분열과 경제위기 등으로 국정 동력을 잃고 있는 SY에게 JM이 또다시 전면에 등장했다.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딛고, 제1야당 당수가 된 JM이 각종 비리 의혹으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SY 정권에는 더없이 고맙다. 속으로는 '나도 못났지만, 넌 참 더 못났네'라고 안도의 코웃음을 지었을지 모른다. 더 고마운 것은 JM의 각종 의혹이 실체가 있다는 사실이다. JM은 SY에게 0.73%포인트 차이로 패배한 '땡큐! 라이벌'이지만 결코 법치 위에 군림할 수 없으며, 결코 어떤 정권하에서도 면죄부를 받을 수 없다.

이제 SY는 JM이라는 호재를 넘어, 국민만 바라보고 뚜벅뚜벅 걸어야 5년 후 "속내가 깊고, 뚝심이 대단한 대통령"이라는 호평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