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1948년 유엔의 승인하에 정부가 수립되고 1950년 동족상잔의 비극적인 한국전쟁 그리고 전 세계 최빈국에서 시작하여 70여 년 만에 선진국 문턱에 와 있다. 선진국은 단순히 국방력, 경제력만으로 평가받지 못한다. 선진국은 국민의 기본권이 보장되고 빈부격차가 허용 범위 내에 있으면서 국민의 삶의 질이 향상되어야 선진국으로 인정받는다. 그중에서도 의료복지의 수준과 보편성도 중요한 선진국의 잣대가 된다.
우리나라는 이미 고착화된 초저출산, 초고령 사회로 이제 우리나라 국민만으로 사회가 지탱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지방이나 농어촌은 동남아, 아프리카 등 저개발국가의 이주 노동자들이 흔히 말하는 3D 업종에 많이 종사하고 있다.
우리 지역에는 공공의료기관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의료기관은 아마도 '대구의료원'이다. 그러나 대구경북지역에서 공공의료를 담당하는 의료원들은 규모도 작고 인력, 시설, 장비의 부족으로 중환자를 치료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때문에 지난 코로나 유행 때 수천 명의 환자가 입원을 하지 못하는 공공의료의 한계를 보았다. 그 이외도 다양한 중증 환자나 특히 기본적인 임산부를 포함한 다양한 진료의 역량도 부족하다.
올해 6월 지방선거를 통해 지자체장과 지역 의원들이 새로 선출되어 앞으로 4년간 대구의 지방행정을 책임져야 한다. 지역 의료계의 뜨거운 논쟁 중 하나가 '제2대구의료원 건립' 여부이다. 일부 시민단체나 의료 노조에서는 제2대구의료원 문제를 과거 진주의료원 폐업과 연관 지어 새로 취임한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필자의 의견은 새로운 공공 의료원을 신축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고 기존 의료원의 인력과 장비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확충하는냐가 핵심이다. 지역 의료원이 제대로 역할을 하려면 단순히 건물을 새로 짓는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병원을 구성하고 있는 유능한 의료진이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고 오랜 세월 동안 꾸준한 교육과 유기적인 팀워크가 되어야 지역 공공의료를 책임질 수 있다.
한정된 지역 의료 예산으로 단순히 공공의료원 숫자를 늘린다고 지역의 취약계층의 의료복지가 해결되지 않는다. 최근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사회복지나 의료복지 부분에 효율성보다는 보여주기식 탁상행정으로 예산만 낭비하고 있다. 복지 예산은 무한대로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구성원이 힘들게 일해서 만든 귀중한 세금으로 우리 이웃들에게 기본적인 의료 복지를 지원하는 것이다.
사실 초강대국이면서 선진국이라고 자타가 공인하는 미국도 의료복지 확대가 국가적 어젠다로 매번 사회적 논쟁이 되고 있다. 오바마 정부 때 전 국민의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하여 미국 내 3천200만 명 저소득층 무보험자를 건강보험에 가입시키고 중산층에 보조금을 지급해 의료비 부담을 낮추고자 하는 정책을 힘들게 미국 의회를 통과하여 시행했으나 이는 막대한 재정적 지원이 필수적인 일이어서 국민의 조세 부담이 커졌고,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정책을 폐기했다. 그만큼 의료복지 재원 확충은 어려운 문제이다.
향후 제2대구의료원 건립 유무가 어떤 방향으로 결론지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고석봉 대구가톨릭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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